아파트마다 '스티로폼 전쟁'.. 저유가로 재활용땐 '역마진' 수거 안해

홍석호 기자 2016. 3. 2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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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자원 재활용'.. 주민은 혼란, 업체는 한숨, 당국은 뒷짐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 지난 7일 공고문이 붙었다. 기존에는 스티로폼으로 분류돼 분리 배출했던 품목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서 버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품목에는 컵라면 용기, 과일 포장 완충재, 색상이 코팅된 1회용 용기, 테이프가 붙어 있는 스티로폼 등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됐던 스티로폼 컵라면 용기는 하루아침에 소각용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신세가 됐다.

아파트 단지에 쌓이는 쓰레기

이는 계약을 맺은 재활용업체 측에서 수거를 거부해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민들에게 사전 방송과 공문을 통해 변화를 알렸다. 하지만 공지 이후 첫 분리 배출하는 날이었던 지난 9일 대부분 주민은 ‘오염된 스티로폼’을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 배출했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분리수거장에서 주민들이 잘못 배출한 스티로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아파트 주민 한모(50·여)씨는 해산물이 담겨 있었던 스티로폼 박스를 가지고 내려왔다가 박스에 테이프가 붙어 있다는 이유로 다시 가지고 올라갔다. 한씨는 “스티로폼 박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찢어 종량제 봉투에 담는 것도 번거롭다”며 “종량제 봉투가 더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재활용되던 쓰레기가 소각장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환경도 걱정됐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기껏 스티로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도 수거업체는 ‘소각이 힘들다’는 이유로 가져가는 것을 거절했다”며 “중랑구에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장이 없어 다른 자치구의 업체를 통해 처리하는데 이 업체에서 수거를 거절해 아파트 단지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왜 수거하지 않나

스티로폼 처리로 골머리를 썩는 것은 중랑구 아파트만이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폭락하며 수거업체들의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수거업체는 “기존 방식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구매하면 역마진이 발생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돈이 되지 않는 컵라면 용기 등 오염된 스티로폼을 수거해 업체가 인건비 등을 부담하며 처리해 왔지만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4년 ㎏당 748원, 지난해에는 806원까지 치솟았던 스티로폼 가격은 올해 1월에는 ㎏당 476원까지 뚝 떨어졌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 관계자는 24일 “재활용수거업체에서는 스티로폼을 수거해 잉곳(원료 덩어리)으로 만들어 판매해야 하는데 스티로폼 농도 100%의 하얀 잉곳만이 판매되는 상황”이라며 “불순물이 섞인 오염된 스티로폼으로 잉곳을 만들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령에 의한 재활용 마크가 찍혀 있어도 기업의 시각에서는 경제성이 없어서 재활용이 안 되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손놓고 있는 지자체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는 지자체의 책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재활용 쓰레기 판매가 돈이 되기 때문에 각 아파트 단지 등에 따라서 업체를 통해 자체적으로 처리해 왔다”며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아파트 단지들이 처치하기 곤란한 상황에 빠졌는데 서로 간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민간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어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해 왔다. 위탁업체는 구청의 지원을 받아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를 폐지, 알루미늄, 고철, 페트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병류 등으로 선별한다. 이를 매각해 이윤을 내왔지만 최근 재활용품 쓰레기 매각 단가가 떨어지며 이윤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은 각 자치구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자치구는 손을 놓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4월부터 스티로폼을 직영업체를 통해 수거하고 있다. 용산구는 오는 4월, 성북구는 5월부터 스티로폼을 구청에서 수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자치구는 “기존에 하던 대로 주민들과 업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자치구에서 수수방관하는 사이 아파트 단지에는 한때 재활용 쓰레기였던 스티로폼이 쌓여가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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