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플러스] 대한항공, 19년차 조종사 '파면'..징계 논란

안현모 기자 2016. 3. 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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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러시아에서 두바이 항공기가 추락해 승객 61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전날엔 우리나라 청주공항에서도 하마터면 여객기 두 대가 충돌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런 항공기 사고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안전 규정을 꼭 지키는 건데요, 최근 대한항공에서는 19년째 몸담고 있는 한 조종사가 안전 기준을 정확히 따르고자 했다는 이유로 최고 수위 징계를 당했습니다. 조을선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공군 시절부터 28년 동안 일생을 비행과 함께한 박종국 기장입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포상도 받고 4년째 다른 조종사들에게 강의도 할 정도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조종사인데요, 더이상 조종간을 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회사로부터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통보받았기 때문입니다. 12시간 초과 비행을 거부했다는 게 사유였습니다.

보름 전, 박 기장이 인천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를 몰았는데, 도착이 예정보다 24분 늦어지는 바람에 바로 뒤로 잡혀 있던 귀국행 비행기까지 조종할 경우 최대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비행시간 규정을 어기게 되는 걸 피하려고 다른 기장에게 조종을 맡겼던 걸 문제 삼은 겁니다.

대한항공은 그가 고의로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켰다고 봤고, 천재지변을 비롯한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12시간이란 기준은 2시간 연장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대한항공 일정표에는 이런 식의 비행시간 초과가 지나치게 잦았습니다.

인천-마닐라 노선은 무리한 일정으로 지난 석 달여 간 운항편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기준 시간을 초과했고, 조종사 노조가 한 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 스케줄은 계속 유지돼왔습니다.

심지어 일본을 거치는 일부 노선은 아예 항공법에서 정한 13시간 기준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부가 운항 증명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 운항 정지를 명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 측은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땅콩을 제공하는 매뉴얼은 중시하면서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법과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려 한 직원에게는 오히려 칼을 휘두른 겁니다.

지난해 2월, 에어프랑스의 한 조종사가 뉴욕발 파리행 비행기를 몰던 중 근무 시간이 초과될 것을 우려해 영국으로 회항하자, 에어프랑스가 되려 그를 지지하며 격려한 것과는 너무 상반된 기업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면세품 판매를 위해 비행 중인 조종사에게 신용카드 조회 업무를 지시하고, 이게 보도되자 직원들에게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지 말라며 서약서 서명을 강요하는 등 협의를 통한 문제의 해결보다는 수직적이고 전근대적인 통제로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조양호 회장의 SNS 댓글도 네티즌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는데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처럼 신바람 나는 회사로 만들진 못하더라도 지난해처럼 무려 46명의 기장을 해외 항공사로 빼앗기는 손실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오후 열리는 박 기장 징계에 대한 재심 결과가 주목됩니다.

▶ [취재파일] 초과비행 거부했다고 '파면'…이뿐이 아니었다 

안현모 기자ahnhyunm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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