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대한민국 청년보고서..누가 청년을 불행하게 하나

유동엽 2016. 3. 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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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는 '4만 원' 차이

첫 직장을 가진 사회초년생이 받아야 할 월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KBS <취재파일K>가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이 정도는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겠다'는 의미의 '최소 급여'를 주관식으로 묻고 평균값을 냈다. 청년 세대인 20대들은 월 189만 원을 최소 급여로,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초년생의 최소 급여가 193만 원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전체의 평균값은 191만 원이었다.

최소급여



'이 정도는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희망 급여'에 대한 답은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가 동일하게 247만 원이었고, 전체 평균은 246만 원이었다. 희망 급여는 대부분의 연령에서 비슷하게 나타났고, 가장 큰 차이는 최소 급여에 대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의 답으로 4만 원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청년 세대가 적다는 점이다. 다른 연령에 비해 급여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20대에서 더 적은 월급도 '감내'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가혹한 취업 경쟁 속에 청년 세대가 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은 더욱 차갑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2만 명의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년 차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49만 원이었다. 월급에 대한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는 4만 원이었지만, 청년들의 바람과 현실은 50만 원 만큼 차이가 있었다.

■ 직업은 '자아 실현'의 방법일까?

'지금 제일 걱정하는 문제는?'이라는 객관식 질문에 역시 20대들은 '취업'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진로'라는 응답과 합하면 60%를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은 '청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이라는 질문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전체 연령을 통틀어 '일자리, 취업'이 '젊음'이나 '열정'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이다. 청년은 이제 '젊은이'가 아니라 '구직자'인 것이다.

일자리 선택시 고려 요소



학교에서 흔히 배우는 '자아실현으로서의 직업'은 어떨까? 일자리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 '개인 소질과 자아실현'이라는 응답은 10%대에 그쳐, '고용 안정성'이나 '급여'보다 한참 뒤처졌다. 취재진과 심층 면접에 참여했던 대학생 주상현 씨(24살)는 어린 시절 이세돌 九단과 직접 대국을 한 적이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바둑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바둑은 경쟁률이 엄청 세지만 공부는 1,000등, 10,000등 안에만 들어도 잘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주 씨는 그래서 바둑을 단념하게 됐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는 삶의 선택에 얼마나 자유로울까?

10대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를 찾았다. 2학년 한 반 학생 34명에게 대학에 갈 것인지를 묻자,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3명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는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문지은 양은 "먼저 살아본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 의지만으로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유엔 지속가능위원회가 조사하는 '세계행복지수' 가운데 '생애선택의 자유'라는 항목이 있다. 진로나 인생의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조사 대상 158개국 가운데 116위를 기록했다. 주변의 일본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은 모두 우리보다 자유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학습된 무기력...'선택의 자유'를 주자

부모는 자녀의 좋은 성적과 좋을 일자리를 바라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청년 세대들은 포기를 선택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찾아 직업을 택하고 도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요구하는 답을 내놓지 못하면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가 그 결과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다른 사람의 기대나 요구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 살게 되면, 스스로가 가진 역량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행복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 규모나 국민 소득에 비해 우리나라의 유엔 행복 지수가 낮게 나오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 세대들이 가진 가능성과 창의력을 기성세대들이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청년, 스스로 길을 찾다.

<취재파일K> 제작진은 취업경쟁 속에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가졌다가,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청년들을 만나봤다. '삶의 선택'에서 자유를 누린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시 공무원을 그만두고 세계여행 후 관광분야 프리랜서로 일하는 윤지민 씨



서울시 관광정책과에서 한류 관광 담당 주무관으로 일했던 윤지민 씨(28살)는 2년 전 사표를 내고 8개월 반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사무실에서만 보는 관광이 아니라 실제 관광을 경험하면서, 세계 각국의 관광청과 국제기구 등 관광 전문가 150명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윤 씨는 또래 청년들이나 관광정책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하기도 하고, 국내외 여행 정보가 담긴 개인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꿈의 직업' 공무원을 그만두면서 고민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윤 씨는 "더이상 조직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언제든 조직을 나가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게 앞으로의 사회 분위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윤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관광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 나갈 계획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의 고민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 장재열 씨



인터넷 고민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의 대표 장재열 씨(31살)는 서울대 미대를 나와 대기업에 수석 입사한 뒤 인사담당자로 일했던 이른바 '엄친아'였다. 스스로도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라는 어른들의 기대를 충실히 따라왔다"고 말한 그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시작돼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치료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그는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고민을 쓰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 덕에 '좀 놀아본 언니들'을 만들어 3년 동안 2만 6천 명의 청년들과 고민을 나눴다. 장 씨는 "청년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진 않지만, 자신의 꿈과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이 만난 '새로운 길을 찾은 청년'들은 모두 예전의 직장에서보다 안정적이지도 않고, 수입도 적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밝은 미소와 앞으로도 자신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들의 선택이 젊은 날의 치기나 일탈이 아닌 창조적인 도전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도 경제 규모나 국민 소득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청년'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의 자세한 결과와 우리 청년들의 '오늘'이 담긴 생생한 목소리들은 27일 밤 10시 30분 방송되는 KBS 1TV [취재파일K]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다시보기] ☞ [취재파일K] 2016 대한민국 청년들은?

[다시보기] ☞ [취재파일K] 청년들이여, 선택하라!

[다시보기] ☞ [취재파일K] 청년, 스스로 길을 찾다.

유동엽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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