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스마트폰 부품공장..'실명 위기' 20대 하청노동자들

이호진 2016. 3. 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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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탐사플러스에서는 불과 두 달 사이에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파견 노동자 4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사고를 다루겠습니다. 모두 불법 파견 노동자였던 이들에게, 메탄올이 무엇인지, 얼마나 유해한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정부도, 원청도, 사업주도 없었던 셈입니다.

탐사플러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16일 야근 뒤 자고 일어난 28살 박 모 씨의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피로 때문인 줄 알았는데 계속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부천의 스마트폰 부품 업체에서 일한 지 4개월만이었습니다.

[박모 씨 남편 : 일하고 와서 그 다음에 자고 일어났더니, 숨이 헐떡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눈은 눈대로 그렇게 되고.]

일주일 뒤엔 박 씨의 동료 28살 김 모씨가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박 씨 입원 뒤에도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같은 작업을 해온 겁니다.

[박모 씨 남편 : 업체 쪽에서는 2년 동안 이렇게 했는데 쟤처럼 된 사람이 없다, 그럴 리 없다.]

이들이 일한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알루미늄 버튼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로 냉각제로 메탄올을 써왔습니다.

기계에서 분사된 메탄올이 호흡기와 피부로 침투해 시신경과 뇌신경이 손상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밀폐 구조였던 이 공장의 공기 중 메탄올 농도는 1103에서 2220ppm으로, 노출기준의 10배가 넘었습니다.

[김현주/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사고 직전에 메탄올 분사량이 증가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졸리고 머리 아프고 이런 증상들이 있어서.]

LG전자 시제품을 만들던 하청업체에서는 중국 동포 25살 이 모 씨가 일한 지 8일만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 씨는 피부로 침투되는 메탄올을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드럼통에서 생수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김명현/노무사 : 임상 교수님들이 봤을 때는 당시 소주잔 한 잔 정도라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그 정도의 양을 마신 양이다. 너무 심하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들을 작업중지 시키고 긴급 점검에 들어갔지만 사고는 계속됐습니다.

메탄올을 쓰던 인천의 한 스마트폰 부품 공장은 점검에 나온 산업안전감독관에게 "에탄올을 쓴다"고 속였습니다.

보름 뒤 이 공장에서 일한 지 6일된 28살 이 모 씨가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 위기에 빠졌습니다.

[박두용/한국산업보건학회 회장 :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요. 거의 없는 사건입니다. 이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진 거죠.]

국내에도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규정돼 사업주가 위험성을 알려줘야하고 보호복을 지급하는 등 9개 조항이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무 것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동료 노동자 : 업체에서는 전혀 그런 말이 없죠. 사실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전혀 별도로 그런 얘기는 없었어요.]

사고 이후 해당 작업장에서 이뤄진 임시건강진단 결과는 더 충격적입니다.

피해자 가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장 전체 직원 30명 중 28명의 소변중 메탄올 평균농도가 노출 기준의 세 배가 넘는 53mg/L, 가장 높은 노동자는 174mg/L로 10배가 넘었습니다.

[박혜영/노무사 : 이게 지금 농도가 1930년대 이후 처음 발생했다고 하는 거예요. 공기 중 노출 농도가 안전기준의 10배를 넘어서고 2배를 넘어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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