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안전장치 없이..'메탄올 무방비' 업체 100곳 넘어

이호진 입력 2016. 3. 30. 22:21 수정 2016. 3. 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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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제는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입수한 결과, 스마트폰 하청업체 100여 곳이 메탄올을 안전장치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는 현장을 계속해서 이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실명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은 모두 3차 하청업체에 불법 파견된 노동자들입니다.

취재진이 구직자를 가장해 관련 불법 파견업체들을 접촉해봤습니다.

스마트폰 하청업체를 소개해주지만 아무 경고가 없습니다.

[파견업체 : 위험하거나 더러워서 (방진복을) 입는 건 아니죠. 휴대폰 쪽은, 일에 등락이 좀 있어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도 위험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김현주 과장/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 : 1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그분 역시 메탄올인지는 이번 건강진단에서 처음 알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견업체는 메탄올이 유해물질이 몰랐다며 책임을 미룹니다.

[파견업체 : (메탄올 쓰는 거 알고 계셨나요?) 알코올이라는 것만 알죠. 그렇게까지 위험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거죠.]

하청업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태료를 맞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3차 하청업체 : 우리가 법을 알아, 뭘 알아. 에탄올, 메탄올, 그 동안에 공단이고 어디서 누가 나와서 말 한마디 했어. 가르쳐줬어. 뭘 했어.]

사고고 잇따르자 고용노동부가 원청인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스마트폰 3차 하청업체를 조사했는데, 이 중 메탄올을 써온 업체가 111곳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업체들은 안전보건조치 미흡으로 166건이 적발돼 과태료 2억2천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업체들이 유해물질인 메탄올을 쓰는 건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메탄올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탄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3차 하청업체 : 1차에서 떼어먹어, 2차에서 가만히 앉아서 떼어먹고, 3차는 남는 게 뭐 있는 게 없지. 이윤도 안 남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자꾸….]

일부 업체는 사고가 일어나자 폐업하고 다른 사장을 내세워 다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동료 노동자 : 영업정지 당한 것 아니냐 했더니 아니라 환경이 안 좋아서 그런 것뿐이라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점검이 있을 때만 에탄올을 쓴다고 지적합니다.

[휴대폰 공장 노동자 : 아 이제 에탄올 쓰는구나 잘됐나 했는데, 그 다음에 다시 한 2, 3일 쓰다가 다시 메탄올로 바꾼 거 같아요.]

하청업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삼성전자의 협력사 행동규범도 이번 사고에선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2만여 개에 달하는 3차 하청을 어떻게 일일이 관리할 수가 있냐"며 "간접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불법 파견 등 노동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위험이 영세업체로 빠르게 외주화됐지만 그에 대한 관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권동희/노무사 : 그런 개념 자체가 없어요. 사업주들은 모르는 거죠. 0000대표도 자기가 2년 동안 한 번도 감독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 업체의 책임을 강화해 왔지만 정작 사외 하청은 제외됐습니다.

[박 씨 남편 : (정부든 누군가) 관리했다 그러면 4번째 환자가 속출하지 않았을뿐더러. 근데 앞으로 더 속출할 수도 있겠죠. 그게 제일 원망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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