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배송? 이마트 불법배송 차량 '쓱'..인명사고 나도 '나몰라'

양종곤 기자 2016. 4. 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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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빠른배송' 경쟁 부추기면서 지입형태 배송 보편화..사고시 보상책임 회피 '흰색 번호판' 불법 배송차량도 운행..제도 미비 탓에 막지 못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소재 이마트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News1 류정민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 경기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5시쯤 동네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배송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손목이 부러지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는 등 전치 6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이마트의 배송 차량인 만큼 이마트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했지만 노란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불법 지입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이마트가 계약을 맺은 외주 운수업체에 속해 있어 이마트는 사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를 당한 A씨의 가족들은 회사 측이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보험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듣고 분개하고 있다.

동네를 누비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배송 차량들이 '빠른 배송' 경쟁을 부추기면서 주민들의 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불법 외주 자가용 차량을 동원해 배송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고 발생시 책임을 회피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흰색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고객에게 배송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차량의 배송은 불법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법 상 유상운송은 노란색 번호판을 단 영업용 차량만 가능하다. 배송비가 무료일지라도 상품을 주문하는 과정 자체가 유상운송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법이 횡행하고 있는 이유는 번호판 부족 현상에서 비롯됐다.

국토교통부는 번호판 수량을 총량제로 관리한다. 택배업계는 공급부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용달차까지 합치면 공급과잉이라며 번호판 수량을 업계의 요구수준만큼 늘리지 않고 있다.

번호판이 부족하다보니 흰색 번호판을 단 차량이 운행되고 대형마트가 이 차량을 이용하는 결과를 이어졌다. 대형마트의 배송은 대부분 화주가 차량지입 업체(운수회사 등)와 계약을 맺고 차량과 운전자를 공급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대형마트들은 사진처럼 흰색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고객에게 배송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상운송법상 이 차량의 배송은 불법이다. © News1

문제는 A씨 사례처럼 차량 사고가 일어난 경우다. 경미한 사고는 지입업체의 보험으로 해결되고 있지만 서로 과실에 대해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합의금, 보상 규모가 큰 사고시 갈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마트의 사고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가 이같은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사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 소속 차량인데 왜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는 불만을 품을 수 있다. 대형마트가 지입차량을 쓰는 것과 같이 한 단계 건너 계약관계에서 원계약자의 책임 범위는 늘 다툼의 대상이 된다.

흰색 번호판을 단 차량 사고의 경우는 이같은 갈등을 키운다. 결과적으로 대형마트가 불법차량을 이용하다가 사고를 냈지만 이 경우에도 불법, 사고책임은 지입업체만 떠안게 된다는 것.

대형마트의 사고 책임범위에 대해 택배업계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입차량을 관리하는 주체는 지입업체기 때문에 대형마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자사의 로고를 부착했고 관리 책임이 있어 도의적인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대형마트의 배송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는 빠른 배송 경쟁 중이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온라인 상품 전용 물류센터 6곳을 마련한다. 이마트몰에서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할 경우 이뤄지는 당일 배송 비중을 현재 55%에서 100%로 올릴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월 일부 지점에서 모바일 결제 후 2시간 내 배송받는 '스마트 스캔'을 도입했다.

빠른 배송은 그만큼 해당 지역에서 사고 위험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실제 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업·소형화물운수업·퀵서비스업 사고자 수는 2012년 288명에서 2013년 358명으로 24% 증가했다. 세 업종의 사고 유형을 보면 교통사고가 37.6%로 가장 많았다.

불법차량이 일으키는 사고도 현재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속은 지방자치제의 권한으로 위임됐지만 지자체는 현장에서 불법 여부를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지입이 아닌 흰색 번호판을 단 소유차량으로 배송해도 위법 여부를 가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국토부, 검찰, 법제처 모두 이같은 배송 방식인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해 위법성을 찾지 못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입차량 사고의 1차 책임은 지입업체가 지는 게 맞다"며 "흰색 번호판 차량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번호판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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