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가 세계 1위.. 정말 창피한 거쥬"

이민석 기자 2016. 4. 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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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how 사라진 양심 '예약 부도'] [2부-15] 4대 서비스업 하소연 스타 셰프 백종원·이연복도 나섰다.. 공정위·소비자원 '예약부도 방지 홍보영상' 제작 참여 "560만 자영업자 매일 살떨려" 의사·식당 등 종사자도 출연

"대한민국 560여만명의 자영업자가 '노쇼(No-show·예약 부도)' 때문에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지난달 9일 외식사업가 겸 요리연구가 백종원(50)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깃집. 백씨는 이날 노쇼 근절 홍보 영상에 모델로 출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인 노쇼 근절 캠페인을 위해 이 영상을 만들었다. 백씨는 "한국의 예약 지키는 문화가 세계 꼴찌 수준이래요"라며 "정말 창피한 거쥬"라고 말했다.

백씨는 요리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지방 출장을 간다. 촬영 일정이 급하게 잡히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기차역에서 겨우 취소된 표를 구해 탔는데, 곳곳에 빈 자리투성이여서 허탈한 적이 많다"면서 "이번 홍보 영상에 출연하는 것은 식당 업주로서의 입장뿐만 아니라 기차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으로서 불만과 호소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백씨가 출연한 '예약 부도,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20일부터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전국 지자체, 대학 등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주요 기차역과 지하철역 스크린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이 동영상엔 백씨 외에도 요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셰프 이연복(57)씨와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코레일 서울역 여행센터 허수미 주임 등 식당·병원·열차·미용실 등 4개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예약 부도 때문에 피해를 본 손님들이 출연했다. 출연자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재능 기부 형태로 홍보 영상에 출연하는데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영상에서 "사소하게 지키지 않는 그 약속, 누군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 피해자가 바로 여러분이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중식당 '목란'을 운영하는 이연복 셰프는 영상에서 "저희는 고객이 예약한 그 순간부터 최고의 음식,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런데 고객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씨는 본지 통화에서 "예약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업주는 물론 손님들도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노쇼의 직접적 피해자는 식당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하지만 예약 부도 때문에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다른 손님들이 받는 피해도 크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예약 부도로 인해 병원도 손해를 입지만, 정말 피해를 보는 건 진료가 당장 급해 예약 순번만 기다리는 아픈 환자들"이라고 했다.

본지가 지난해 10월 전국의 식당,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공연장 등 5개 서비스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약 부도율은 평균 15%에 달했다. 음식점 예약 부도율은 20%로 오히려 15년 전 소비자원 조사(11.2%) 때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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