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소록도 돌아온 '팔순 수녀'..울음바다

송인호 기자 2016. 4.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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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록도에서 43년 동안이나 한센인을 돌봐왔던 이방인 수녀가 있었습니다. 11년 전 홀연히 섬을 떠나서 그 빈자리가 컸었는데 팔순의 나이에 다시 찾아와 한센인들을 울렸습니다.

송인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될지 몰라 고향으로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이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마리안느 수녀는 동료 수녀와 함께 홀연히 소록도를 떠났습니다.

이때 수녀의 나이는 일흔.

스물일곱의 꽃다운 나이에 외딴 섬에 들어와 43년 동안 한센인과 동고동락했습니다.

입으로 피고름을 짜내며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소록도에서는 전라도 할매로 통했습니다.

[소록도 주민 : 자기 무릎에다 (상처부위를) 올려놓고 치료를 다해 주고, 입으로까지 빨아서 피고름을 받아서 해줬어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부담이 될 때는 떠나야 한다며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던 할매가 11년 만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할매를 끌어안고 한센인들은 꿈만 같다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할매는 예전처럼 병상에 누워있는 한센인을 찾아 과일을 먹여주고, 주민과도 한국말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소록도 신부 : 방문하셔서 제일 먼저 한 건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셨고요. 환우분들하고 눈물 흘리시고 같이 이렇게 교우하시는 그 모습이 감동 자체였다고 들리더라고요.]

'한센인의 어머니'였던 수녀의 삶은 올 연말쯤 다큐멘터리 영화로 재조명됩니다.

마리안느 수녀는 다음 달 소록도병원 100주년 행사를 지켜본 뒤 다시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떠납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화면제공 : 소록도성당)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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