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 2세 승계작업 본격 착수

이범준 기자 2016. 5.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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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앤장 법률사무소 2세 승계작업 본격 착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설립자 김영무 대표 변호사는 1942년생으로 우리나이로 75세다. 31세이던 1973년, 서울 광화문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세운 뒤로 43년이 흘렀다. 김 대표는 여전히 김앤장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카리스마 오너다. 하지만 불세출의 그라도 얼마나 더 조직을 장악할지 장담할 수 없으며, 어쩌면 이 사실을 그 자신이 더 잘 알지도 모른다. 1942년 동갑내기인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진작에 승계작업을 마무리했는데, 이를 맡아 처리한 것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 대형 로펌 중 오너 있는 곳은 김앤장 뿐

김 대표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김현주 미국변호사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사법시험에 몇 차례 응시했다가 대학 졸업 후 미국 뉴욕대 로스쿨(LL.M.)에서 공부했다. 유학 시절 만난 GS그룹 허창수 회장 장녀 허윤영씨와 2006년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헤어졌다. 1974년생인 딸 김선희씨는 현대비앤지스틸 정문선 부사장의 부인으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아랫동서다. 승계대상이라고 얘기가 나오는 사람은 아들 김현주 미국변호사다.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내자동 세양빌딩 로비. | 이상훈 선임기자

이쯤에서 왜 법조계 안에서도 유독 김앤장에서만 승계 얘기가 불거지는지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김앤장을 제외한 우리나라 모든 대형 로펌에는 오너가 없다. 법무법인 형태인 이 로펌들은 파트너(구성원) 변호사와 어소시에이트(소속) 변호사로 나뉘는데, 파트너는 지분을 공유하고 어소시에이트는 월급을 받는다. 구성원 변호사가 되려면 소속 변호사로 경력이 쌓여야 한다. 파트너들은 법무법인을 공동으로 소유해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를 고용하고 이익을 나눈다. 자기 지분만큼만 권한을 행사한다. 대표변호사도 타이틀에 불과하고 설립자들도 특별한 힘이 없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1980년에 설립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김인섭 변호사다. 태평양 법무법인 영문명 배김앤리(Bae, Kim & Lee)에서 김이 바로 그다. 2002년 김 대표변호사는 65세에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태평양을 떠났는데, 당시 본인 소유 모든 지분을 로펌에 귀속시켰다. 2012년 아들 김재승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고 태평양에 입사했지만 다른 파트너 변호사와 다를 게 없는 맨손이었다. 여기에는 김인섭 변호사 개인의 결단도 있었지만, 지분이 나뉘어 있는 로펌의 지배구조상 어찌할 수도 없었다.

비슷한 경우로 신영무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 설립자다. 이 회사 영문명인 신앤김(SHIN & KIM)에서 신이 신 변호사다. 2013년 신 변호사는 자신의 딸인 신서영 미국변호사에게 세종의 일부 지분을 넘기려고 했다. 정확히는 지적재산 분야의 주요 직책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파트너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신영무 변호사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나가 법률사무소 신앤박을 새로 만들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자신이 만든 세종과는 좋지 않게 헤어진 셈이다. 다른 법무법인들처럼 깔끔하게 떠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앤장의 승계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다른 로펌과 달리 김영무 대표가 오너라서다. 모든 변호사가 김 대표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라고 한다. 김앤장은 법무법인이 아닌 공동법률사무소인데, 변호사들은 일종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월급을 주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김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40여년 동안 강력한 리더십과 탁월한 판단력으로 김앤장을 아시아 최고의 로펌으로 만들었다. 오늘날의 김앤장은 김영무 대표가 없이는 불가능한 길이었다는게 국내외의 일관된 평가다. 그리고 김영무 대표가 7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포스트 김영무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포스트 김영무 작업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은 김진오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법대 90학번인 김 변호사는 1994년 36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2000년 김앤장에 입사했다. 한 학번 후배인 김현주 미국변호사와는 대학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다. 인수·합병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2014년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 InBev)의 오비맥주 인수(약 6조2000억원), ADT캡스 매각(약 2조원) 등을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이 때문에 그가 승계작업을 주도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법조계에서는 말한다.

* 최근 24개월 동안 변호사 117명 떠나 김 변호사는 후배들을 혹독하게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개과천선>에서 김명민이 맡았던 김앤장 변호사의 실제 인물이 있다면 바로 김진오다”라는 말도 김앤장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후배들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경력 15년차여서 여전히 젊은 그룹에 속한다. 20년차 이상 시니어급에서는 그가 주도하는 승계작업에 불만을 나타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얘기가 철옹성 같은 김앤장 밖으로 퍼져 나온 것은 이 무렵 김앤장 변호사들이 회사를 떠나면서다.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김앤장 퇴사자는 2014년 47명, 2015년 59명, 2016년 4월까지 11명이다. 최근 24개월로 계산하면 모두 117명이다. 전례가 없는 수치다. (일부 해외 연수자가 포함돼 있지만 미미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수치상 김앤장 변호사 숫자가 늘었지만 이는 로스쿨 도입 이후 한 해 40명 가까이 뽑는 등 리크루트 방식이 달라져서다. 김앤장의 핵심 중견 인력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적잖게 빠져나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주간경향 1119호/ [포커스]독보적 1위 김앤장 ‘흔들리는 독주’ ) 김앤장을 나간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옮겨간 곳은 법무법인 율촌과 이제 법률사무소다. 법조계 관계자는 “율촌이 1997년 우창록 대표변호사가 김앤장에서 독립해서 만든 곳이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앤장은 율촌이 성격은 비슷하면서도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생각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앤장은 서울 종로구 일대 빌딩 6곳에 나눠 입주해 있다. 메인빌딩인 세양빌딩의 전경. | 이상훈 선임기자

오히려 김앤장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이제 법률사무소다. 2013년 김앤장을 떠난 박상열 변호사가 2015년 후배들과 함께 만든 중소형 로펌이다. 오관석, 권국현, 남현수, 김동원, 이도형 등 김앤장의 유명 변호사들이 합류했다. 이 때문에 김영무 대표변호사가 “이제, 그만 좀 빼가라고 해라”라고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위기감을 법조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김앤장의 역사가 40년이 되면서 과거 임원들을 따라 김앤장에 오가던 대기업 말단들이 임원이 됐다. 김앤장 변호사들 개개인의 실력을 빤히 알고 개인적 믿음도 있어 독립해서 낮은 가격에 계약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김앤장으로서는 자칫 제2, 제3의 이제가 나올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법조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김앤장의 인력 이탈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경쟁 로펌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승계작업을 위해 시니어급 변호사들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승계에 반대하거나 불만을 가진 최고참 변호사들이 잘려나간다는 것이다. 김앤장 내부를 비롯해 다른 일부에서는 “승계작업에 반발해 변호사들이 스스로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변리사와 외국변호사가 많은 지적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분야를 김현주 미국변호사에게 맡기려 하자 일반법무 분야까지 장악할 것을 우려한 한국 변호사들이 불만을 갖고 사표를 쓴다는 얘기다.

앞으로 김앤장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포스트 김영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앤장이 성공한 요인은 두 가지다. 유학제도를 통한 최고급 인재 양성과 김영무 대표가 사재를 털어 회사에 투자하고 움직여 온 것이다. 하지만 유학제도는 일반적인 것이 됐고, 김영무 대표의 투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김앤장이라는 이름만 유지한 채 내부는 큰 덩어리로 나뉠 것이다.”

반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김앤장의 승계작업이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수많은 최고급 인재들이 만들어놓은 데이터가 모두 김앤장 안에 있다. 자신이 김앤장에 근무했다거나 데이터를 만들었다고 밖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엄청난 데이터들이 합쳐졌을 때 전에 없던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김앤장은 세력이 나뉘어서는 김앤장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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