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설현, 지민에 대한 폭력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김서영 기자 2016. 5. 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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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6일, 컴백 쇼케이스에서 여성 아이돌 그룹 AOA 멤버 지민과 설현이 고개를 떨궜다. 이들은 “신중하게 처신하겠다” “죄송하다”고 사죄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눈물의 참회’를 전하는 기사엔 “됐고요” “꺼지세요” 등의 비난성 댓글이 무수하게 달렸다. 앞서 지민·설현은 지난 13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역사에 대해서 진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집단적 이지메 수준으로 비난의 포화를 맞고 있는 지민·설현의 ‘죄’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라봤다는 것이다. 지난 3일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이들을 향한 비난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대중들의 지민·설현 ‘때리기’는 뒤틀린 민족주의 감정에서 발현한 비뚤어진 ‘역사의식 검증’처럼 보인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안중근 의사를 모를 수 있느냐’는 게 골자이다. 사죄까지 한 지민과 설현에겐 “광복절이 언젠 줄은 아냐” “너희는 일본인인가 보구나”라는 조롱이 날아들었다.

역사적 인물의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비난하는 것은 ‘과잉’이다. 역사학자라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일일이 알기는 어렵다. 지민·설현에게 가해지는 비난은 ‘민족’과 ‘올바른 역사관’의 외피를 쓴 ‘폭력’일 뿐이다. 역사의 ‘무지’만큼 역사의 ‘강요’도 위험하다.

지민·설현에 대한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 온라인상에선 “울다 무대에 서면 섹시하게” “울다가 또 생글거리면서 엉덩이 흔들고 그런 거야?” 같은 성희롱을 비롯해 “아동 성추행 한 놈보다 더 나쁘다”는 인신공격도 숱하게 눈에 띈다. 일부 언론은 ‘설현’과 ‘안중근’ 등의 키워드로 어뷰징 기사를 남발하며 ‘집단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역사의식’ 검증대로 끌려온 지민·설현의 인격이 매장돼 가는 이 순간에도 그들을 검증대에 올릴 자격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에게 들이댈 ‘상식’의 잣대는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관한 성찰은 없다. 지민·설현에 대한 폭력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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