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주차장·엘리베이터, 내 집마저.."도시가 무서운" 여성들

한보경 기자 2016. 5. 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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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밤길이 무섭다" 20대女 10명중 7명..여성 안전 취약지대 "주변에 널렸다"

[머니투데이 한보경 기자] ["동네 밤길이 무섭다" 20대女 10명중 7명…여성 안전 취약지대 "주변에 널렸다"]

박종원 작가가 자신의 만화에서 범죄를 두려워 하는 여성들에 공감하는 장면을 그렸다./만화=박종원 작가.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 후 우리 주변의 위험지대에 대한 관리·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화장실은 물론 엘리베이터, 주차장, 길거리 등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각종 범죄 사례들은 '언제든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줄 수 밖에 없다.

◇'오원춘 사건' 후…20대女 68% "동네에 무서운 밤길 있다"=으슥한 밤길은 많은 여성들이 꼽는 '무서운 곳'이다. 2012년 길가던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오원춘 사건 후 골목길은 대표적인 안전 취약지대로 지목됐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오원춘의 집은 대로변과 불과 3m 거리였지만, 골목으로 접어들면 인적과 가로등조차 드둘어 범죄가 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원춘 사건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밤길 조심해야 겠다’, '무서워서 밤에는 못 다니겠다'는 글들은 물론 '가로등을 증설해 달라'는 민원도 크게 늘어났다.

관련 조사에서도 여성들의 공포심은 드러났다. 2013년 한국갤럽이 '동네 주변 밤길 걷기 두려운 곳 있나'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성의 47%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 여성(19~29세)은 68%가 "밤길 걷기 두려운 곳이 있다"고 답했다.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더 늘려야 하나"라는 질문에 여성의 79%는 "늘려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주차장, 심지어 집안까지=밤길을 지나 집에 도착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달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올해 2~4월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소재 여성 홀로 사는 집 8곳을 10차례에 걸쳐 침입하고, 우연히 마주친 여성을 폭행·도주한 혐의(건조물침입, 상해)로 임모씨(43)를 구속했다. 임씨는 현관 밖 복도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관 앞 경보기도 몰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2012년 8월에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범인 서진환은 자녀를 유치원에 바래다주고 돌아온 주부를 따라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주부들이 모인 까페를 중심으로 사건 관련 글이 올라왔지만, '문단속 철저히 합시다', '호신술이라도 배워두세요' 등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두려움을 호소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차장·엘리베이터도 안전 취약지대다. 지난 2일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10대 남성이 20대 여성의 머리를 수차례 벽돌로 내리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김일곤은 지난달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력범죄 최다 발생지는 "길·집"=여성에 대한 안전 취약지대 범죄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난 장소는 '길'이었으며, 단독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순이었다. 피해자별로는 2013년 기준 여성이 2만3150건으로 남성(3568건)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이 범죄자에게 약한 대상이자 성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CCTV 설치를 늘리거나 치안 인력을 확충하는 게 실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치안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여성 안전 대책을 보다 확대·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령 서울시는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을 위해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홍보 부족과 번거로운 신청 절차 등을 이유로 자발적 신청 건수는 이용 건수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신재민 주무관은 "올 1~4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의 서울시 전체 이용건수는 6만2105건이지만 이용 여성 스스로 신청한 경우는 10%에 그쳤다"며 "7월부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신청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보경 기자 iamhangij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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