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도우미 지원도, 청년배당도 못하게 된다구욧

2016. 5.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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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용인시민들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연 대규모 궐기대회 모습. 도농 복합도시인 용인 지역의 농민들도 농번기 일손을 놓고 궐기대회에 참여했다. 용인시 제공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재정 개편안’을 놓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등 근본적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부 자치단체들의 예산을 빼앗아 지방재정을 ‘하향 평준화’하려 한다는 게 반발의 핵심 내용이다. 개편안 강행 우려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수원·성남·용인·고양·화성·과천 등 경기도 6개 기초단체의 주장을 바탕으로, 개편안이 이들 지역 500만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가상 기사 형태(# 부분)로 작성했다.

#1수원·성남·화성·용인·고양·과천시 등 경기도 6개 기초자치단체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 파탄’을 선언했다.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안을 강행하면서 자체 사업을 할 수 있는 돈(가용예산)이 없어져 시민 복지는 물론 숙원 사업을 전면 중단·축소한다는 것이다.

2010년 7월 지자체 재정 파산에 가까운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제2의 모라토리엄’ 체제에 들어간다”고 울분을 토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자체 돈을 빼앗는 정책을 펴는 국가가 어디 있느냐. 시민들의 곳간 열쇠를 빼앗겼다”며 고개를 숙였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정부가 지방재정 확충의 책임을 회피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온 시민이 고통을 분담해 전임 시장의 무리한 경전철 사업 등으로 빚어진 재정 적자에서 간신히 벗어났다”고 밝힌 정찬민 용인시장은 “그러나 지방재정 개악으로 이제 시민을 위한 사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2이들 자치단체는 본격적인 예산 감축에 들어갔다. 성남시는 157개 학교에 지원되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예산(45억5천만원) 절반 이상을 삭감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배치됐던 학습도우미(보조교사)도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35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사업(4억원)과 보훈명예수당 등 국가유공자 지원 사업도 사라진다. 연간 1만2700여명에게 제공해온 성남형 일자리 사업도 중단되고, ‘청년 배당’은 시행 반년도 안 돼 폐지된다. 전국 처음으로 시민 발의 조례에 따라 짓고 있는 성남시립의료원 사업도 표류하게 됐다.

희대의 살인마 ‘오원춘 사건’을 겪은 수원시는 6067대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설치하는 시민안전 사업비(40억원)를 절반 이상 삭감하기로 했다. 53억원을 들이기로 한 교통약자 지원제 시행도 보류했다. 철도와 비행장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서수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수인선 제2공구 지하화 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화성시는 전국 최초로 시행한 농업인 월급제를 폐지한다. 2017년 개관 예정인 복합문화센터 공사도 어렵게 됐다. 용인시는 신갈~수지 도로 확장·포장 사업, 보정~구성역 연결도로 개설 공사 등을 포기해 시민 불편이 커지게 됐다.

수원·성남·화성·용인·고양·과천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대로 되면
시민복지 대폭 축소해야할 상황
“우리시 부자 아냐…근근이 살림”



혜택 받게되는 지자체들도 떨떠름
이웃동네 세금 동냥 거드는 꼴
경기 31개 시·군중 27곳 공동성명
“지자체간 분열 조장…자치 부정”



시민단체 “지방재정 확충이 우선
개편안, 돈으로 지자체 통제”

■ ‘부자 자치단체’ 정말 있나? 행정자치부는 “정부 보조(지방교부금)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에 배분되는 도세나 이들이 거둬들인 세금을 조금 떼어 재정이 열악한 다른 자치단체(교부단체)의 살림살이를 돕는 게 지방재정 개편안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부자 자치단체’가 조금만 양보하면 자치단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6곳 단체장들은 “우리 시는 ‘부자’가 아니다. 부지런히 밀린 세금을 걷고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세원을 늘려 간신히 살림살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정부가 ‘부자 대 가난한 자치단체’라는 틀을 짜놓고 불교부단체의 합리적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여 지자체들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 개편안은 지방정부 길들이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재정은 인구 구조의 변화,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추진 등으로 머지않아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며 “지방재정 개혁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전체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발언은 개편안에 ‘자치단체 길들이기’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진보 성향인 불교부단체 단체장들을 재정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한 뒤, 각종 복지사업에 대한 금전적 장애를 줘 시민들과 단체장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에 목마른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을 조성해 중앙집권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개편안은 특정 지자체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에 기초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 개편안 혜택 받는 자치단체도 떨떠름…해법 없나? 행자부는 지난 23일 불교부단체의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를 없애고,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을 공동세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이로써 경기도 6개 불교부단체에 우선 배분되던 조정교부금 재원 5244억원(2015년 기준)이 경기도내 다른 25개 시·군으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혜택’을 받게 된 자치단체들마저 떨떠름해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은 내놓지 않고, 이웃 자치단체 시민들이 낸 세금에 손을 내미는 ‘동냥’을 거드는 모양새라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7개 시·군은 지난 4일 공동성명을 내어 “개편안은 지방정부 간 분열을 조장하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건형 경기도 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재정의 시급한 문제는 재정격차 완화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등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확충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를 무시한 이번 개편안은 돈으로 자치단체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지방재정 관련 용어들 정부는 재정 수요를 조달하는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국세 일부를 지방교부금으로 지원한다. 보통교부세는 용도를 제한하지 않아 지자체가 자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특별교부세는 재해 복구 등 특정 용도로 써야 한다.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지원받는 지자체는교부단체, 지원받지 않는 지자체는 불교부단체로 불린다. 불교부단체는 경기도 수원·성남·용인·고양·화성·과천 등 6곳뿐이다.

국세인 지방교부금과 별도로, 도세인 재산세·취득세·주민세 등의 일정 비율을 시·군에 나눠주는데, 이를조정교부금이라 한다. 현재는 인구수 50%, 재정력 20%, 징수 실적 30%를 반영해 배분한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소득세 납세 의무가 있는 법인이 주소지가 있는 관할 시·군에 낸다. 지방재정 개편안은 이 가운데 조정교부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꿔, 불교부단체에 주던 조정교부금 일부를 교부단체에 나눠주는 방안이다. 또 시·군이 각자 걷어 쓰던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바꿔 모든 시·군에 똑같이 나누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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