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명동, 택시비 '60만원' 낸 사연은?

김현주 2016. 6. 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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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遊客)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른바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들의 작태를 보면 "이보다 더한 국가 망신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부터 택시 미터기를 끄고 운전한 뒤 몇 배의 웃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를 모르는 승객들에게 가짜 영수증을 끊는 등 그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지능화 되고 있는데요. 심지어 부당한 바가지 요금을 청구하고도 돈을 줄 때까지 택시 문을 잠근 채 승객을 사실상 협박하는 '불량 택시' 기사들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경찰이 바가지 택시를 꾸준히 단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건 설령 적발되도 '솜방망이'식의 처벌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관광 3무(無) 3강(强) 혁신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바가지 요금 등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인해 한국관광을 기피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4일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1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외국인관광객의 불편사항 접수건수는 2012년 897건에서 2013년 881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2014년에는 888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례별로는 쇼핑관련 불편접수가 3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택시 불편 128건(14.4%), 여행사 불편 47건(5.3%) 순이었다.

실제 홍콩관광객 J씨는 얼마 전 서울 명동에서 인사동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요금이라며 1만5000원을 요구하더니 이를 모두 결제하라고 강요한 것.

택시기사의 요구에 못 이겨 J씨가 현금으로 1만5000원을 냈지만, 웃지 못할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1만원 지폐를 한쪽에 내려놓고 5000원만 줬다면서 다시 1만원을 지불하고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에 화가 난 J씨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운전기사는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하차시키기까지 했다. J씨는 도저히 화가 안풀려 행정당국에 불만을 접수했고, 운전기사는 미터기 미사용으로 인해 4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싱가포르 관광객 Y씨와 말레이시아 관광객 L씨도 택시를 탔다가 낭패를 당했다.

Y씨는 인천 택시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남구 역삼동 호텔을 가는데 18만5000원의 요금을 청구 받았다. Y씨는 불만 접수를 통해 송금수수료 3만5000원 등 12만8000원을 환불받았다.

L씨는 서울 택시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구 명동에 소재한 호텔까지 가는데 무려 60만원을 지불했다. L씨가 역시 불만을 접수하자 해당 기사는 5만원짜리 12장을 받았음을 시인하고 53만원을 돌려줬지만 불쾌한 감정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는 게 L씨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외국인을 기만하는 일부 택시 기사들의 바가지 요금 청구는 사실상 국익을 갈아먹는 행위나 다름 없다"며 "대부분의 선량한 택시 기사를 위해서도 이같은 바가지 요금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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