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관광산업에 도움될까..유커 '800만명 유치'의 민낯

윤샘이나 2016. 6. 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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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 8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많이들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 자주 접하게 되지요. 이렇게 수천명씩 몰려오는 중국관광객. 과연 우리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까요. 또 중국 관광객들은 이런 여행에 만족하고 있을지요. 오늘(20일) 탐사플러스는 10만 원짜리 3박 4일 서울 패키지 여행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 앞입니다.

매장이 문을 여는 오전 9시가 되자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한산했던 매장이 유커들로 북적입니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의 사흘째 서울 패키지 여행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가이드가 60층 전망대로 안내합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이들이 머문 시간은 약 10분, 곧 다음 일정인 서울 강남의 또 다른 면세점으로 향합니다.

[중국인 관광 가이드 : 면세점 무조건 들어가야 돼요. 입점 한 시간.]

가이드의 채근에도 유커들은 건물 밖 벤치에 앉아 시간을 때웁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쇼핑을 하지 않자 결국 가이드가 사비를 털어 물건을 샀습니다.

면세점에서 제공하는 공짜 놀이동산 티켓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 : 한 시간을 채우고 나오는데 매출이 0이예요. 손님들이 물건 하나도 안산 거예요. 그러면 또 롯데월드 표가 안 나와요.]

유커 유치에 경쟁이 붙은 대형 면세점들은 의무 쇼핑시간과 일정 수준의 매출을 조건으로 공짜 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 : 찜질방까지도 프로모션(공짜 일정). 유람선, 공연, 난타쇼, 히어로쇼 전부 다 프로모션이에요, 지금.]

면세점 투어와 공짜 관광 일정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당연히 여행객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부실 관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셰찌엔하오/유커·중국 저장성 : 우리를 상점으로 데리고 가고 일정 시간 동안 거기 있기를 요구하고 그리고 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했어요.]

이들이 낸 여행경비는 990위안. 한국돈 약 17만 5000원에 3박 4일 일정의 모든 경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왕복 항공권과 숙소, 식비 등 최소한의 비용만 계산해도 최소 50만 원은 받아야 하는 일정입니다.

여행사는 한사람당 33만 원 가량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 : 공항에서 '어서 오세요, 한국 뭐가 좋아서 왔어요' 물어보니까…'싸잖아. 중국 비싸잖아, 너네 한국 오면 싸잖아' 이런 소리를 해요.]

결국 한국 여행사와 가이드들은 면세점에서 주는 쇼핑 인센티브로 적자폭을 메워야 합니다.

지난 6월 초, 제주도를 찾은 한 유커 단체팀의 관광버스 안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가이드가 울먹이더니 급기야 무릎을 꿇습니다.

[가이드 : 아. 물건 좀 사주세요.]

쇼핑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면 적자가 나고, 그렇다고 강제로 권하면 벌금을 맞기 때문에 읍소 전략에 나선 겁니다.

적자를 면하려는 여행사들 가운데 일부는 식삿값을 아끼기 위해 아예 끼니를 거르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후 면세점 관계자 : 굶어서 온다니까 아침에. 점심도 안 먹여 다른 데서. 사후면세점에서 먹인다고 다. 면세점에서 우동을 준다고.]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없습니다.

[김종 차관/문화체육관광부 (지난 7일) : 쇼핑점 등과 비정상적인 영업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관리 감독 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중국 관광객 가이드 : 정당하게 달라고 요구 못해요. 왜? 손님 모객을 그쪽에서 하고 한국에 여행사 많으니까. 경쟁이 심하지 않냐. 너네한테 안 주면 다른 여행사 또 있는데 왜?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부실 저가상품 퇴출은 국내 여행사선에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불합리한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중국 측 모객 여행사의 관행도 함께 개선해야 하는겁니다.

[김철원 교수/경희대 호텔경영학과 : 한국만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중국에 있는 여행사 하고 관계가 깊거든요. 여행사들이 고가 상품을 만들어서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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