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동료 죽음 막지 못한 우리도 죄인"

손국희.서준석 2016. 6. 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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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검 검사 자살 파문 확산임 "스폰서 달고 놀던 간부가나를 꽃뱀 검사라 욕해 마음고생후배 죽음에 합당한 문책 기대"
임은정 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본지가 보도한 김 검사 메시지를 붙여 놓았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19일 발생한 김모(33) 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사건의 파장이 법조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김 검사의 아버지가 최근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김모 부장검사가 아들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사를 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본지 보도(6월 27일자 14면)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임은정(42·여) 의정부지검 검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지 기사를 링크해 놓고 관련 글도 올렸다. 임 검사는 “남부지검에서 연판장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 평검사회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말들이 떠돌다 사그라졌다. 말리지 못한 죄로 동료들 역시 죄인이라 누구 탓을 할 염치도 없으니까”라고 적었다.

그는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나를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해 10여 년 전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도 썼다. 임 검사는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기자가 전화를 걸어 ‘스폰서 간부’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직접 경험한 사실이지만 이름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30기인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소속이던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승소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김 검사의 장례식장에 모인 검사들 사이에선 “(김 검사의 죽음과 관련해) 연판장을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 평검사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 많은 검사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총대를 멜 사람이 없어 논의가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검사는 “최근 ‘홍만표 변호사 사건’ 으로 검찰 분위기가 뒤숭숭한 터라 평검사들이 적극적 행동에 나서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억울함을 생각해 봤나.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검사의 자살 사건보다 검찰 내부에서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 어디 있겠느냐. 철저하게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요즘 갑질 논란이 뜨겁고 가장 뭇매를 맞는 게 정치권인데 검찰 역시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 했다. 이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신속한 진상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진상조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가 진행 중이다. 윤철홍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공정성과 신뢰를 위해 (사건이 발생한) 남부지검보다는 대검·서울중앙지검 등 다른 기관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게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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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숨진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7)씨는 “아들은 학창 시절 경제적 사정으로 수학여행을 못 가는 친구를 위해 부모 몰래 용돈을 모아 담임 선생님께 전할 정도로 마음이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 아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울먹였다. 그는 “한 점 의혹 없는 조사가 이뤄져 아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서준석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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