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성지가 된 속초..직접 가서 잡아봤습니다.

속초|조진호 기자 2016. 7.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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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 주변.

여기저기서 “나왔다” “잡았다”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남녀들이 휴대폰을 꺼내든 채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었다.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지난주부터 세계적 열풍 현상을 낳은 닌텐도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GO)>.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는 포켓몬을 포획한 ‘사냥꾼들’의 외침이었다.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가운데 속초 등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속초가 ‘포켓몬 성지’로 떠올랐다.

13일 저녁 속초 엑스포 광장에서 시민들이 늦게까지 포켓몬 고를 즐기고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co.kr

[카드뉴스]전세계 열풍 ‘포켓몬 go’, 경향신문에 나타났다?

가상의 ‘포켓몬 GO’ 열풍…현실의 ‘닌텐도’ 살렸네

■ “제가 먼저 잡아 죄송합니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양양, 경북 울릉도 등의 지역에서 게임이 된다’는 사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12일 오후. 페이스북 등 SNS에 자신이 포획한 포켓몬과 주변에 표시된 포켓몬 체육관(포켓몬을 훈련시키는 곳), 포케스톱(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곳)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자 이날 아침부터 다른 지역에 사는 포켓몬 마니아들이 속초로 몰려들어 인증샷 릴레이를 펼치면서 속초 곳곳은 물론 인터넷이 후끈 달아올랐다.

‘포켓몬 체육관’이 나타난 속초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는 몰려든 마니아들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제가 먼저 잡아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웃음도 터져나왔다.

동명항 근처에서 포켓몬을 사냥하던 김미선씨(24)는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종일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있다”며 “속초시장 근처에서 서울에서 왔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해 보니 현실과 게임이 절묘하게 섞인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잡은 포켓몬 ‘피죤’(왼쪽)과 ‘잉어킹’

■ 닌텐도 주가까지 껑충

<포켓몬 고>는 국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가상 현실과 실제, 위치 정보 시스템 등이 결합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으로 현실의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고, 이를 이용자가 포획하는 게임이다. 특히 GPS를 적용해 물가에서는 수중형 포켓몬을, 풀밭에서는 식물형 포켓몬을, 시가지에서는 초능력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는 방식은 현실감을 더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과 호주·뉴질랜드에서 출시된 게임은 하루 만에 1억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닌텐도의 주가를 25%나 끌어올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켓몬을 수집하려는 게이머들이 대거 집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일부 게이머들이 출입제한장소에 침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우연히 자신의 집이 ‘포켓몬 체육관’으로 지정돼 줄을 잇는 게이머들로 고통받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만큼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켓몬 고>는 당초 우리나라에서는 즐길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지도를 기반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안보상의 이유로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에서 게임이 구동되는 것에 대해 닌텐도 코리아 측은 아직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GPS 지도 구획의 문제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를 마름모꼴로 나눈 ‘구획 지도(Cell Map)’를 그려 특정 구획에서 수신되는 GPS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정식 출시국가를 관리하는데, 속초를 비롯해 강원 영동 북부와 울릉도 등이 한국이 아닌 지역으로 인식돼 게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속초 당일치기 여행상품까지 등장

어찌됐든 속초는 휴가철을 앞두고 기대 못했던 ‘여름 특수’를 맞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원작 게임 주인공들의 고향 마을인 ‘태초마을’을 패러디해 ‘속초마을’이라는 별명을 붙이는가 하면 ‘여름 휴가를 속초에서 보내겠다’는 글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당일치기’로 속초와 고성 지역에 <포켓몬 고> 게임을 하러 가는 여행 상품도 재빠르게 등장했다. 한 업체는 왕복 버스편과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속초 엑스포공원이나 청초호 일대와 고성 송지호 해수욕장 인근에서 함께 포켓몬 사냥을 할 수 있는 상품을 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 <포켓몬 고>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직원들과 같이 해 보기도 했다”며 “한국 최고의 관광도시 시장으로서 환상적인 상황이다. 올여름이 정말 핫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포켓몬 고> 열풍을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다. 국내 포털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가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는 것은 서버 확충의 문제일 뿐 구글지도와는 무관하다”며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한 국내 여론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포켓몬 고>의 인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켓몬 고>는 구글 출신들이 창업한 나이앤틱랩스가 개발한 게임으로 구글의 영향권 내에 있다”며 “조만간 나이애틱랩스의 아·태총괄 디렉터가 한국을 방문해 게임서비스와 관련해 구글지도 문제를 언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속초|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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