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외부세력' 문정현 신부, 우린 왜 성주에 가는가

2016. 7.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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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년 용산참사 희생자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 김봉규 기자

국가 공권력의 폭압성으로 갈등을 빚는 지역에는 늘 연대하고자 하는 ‘외부세력’이 있다. 그 세력을 대표하는 이로 문정현 신부를 꼽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 신부는 군산 미군기지, 매향리 폭격장, 효순·미선이 사건, 평택 대추리, 서울 용산, 제주 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국가 폭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달려간다. 용산과 강정마을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까지 옮겨 가며 투쟁의 대열에 합류했으니 ‘직업이 외부세력’이라고 할 만하다.

문 신부는 19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제기되는 ‘외부세력론’에 대해 “옆에 쓰러진 사람, 빼앗기는 사람한테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향한 관심이자 동정심이요 연대이고 참여로서 종교적 심성의 발로”라며 “이를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게 죄악이고 우리 사회의 병폐인데 정부가 이들한테 관심 갖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에 다시 보수세력에 의해 외부세력론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성주 주민들이 운동권 세력도 아닌데, 정부는 짓누르고 억누른다. 가는 곳마다 그런다. 날강도같은 놈들이고 그야말로 깡패들이다. 성주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앞으로의 프로세스가 눈에 보인다. (국가는) 저희들 생각대로 밀고 나가려 할 거다. 자신이 없으니까 설명회나 법적인 절차도 다 무시하고 청와대가 우물쭈물 발표해버린 것 아니냐. 하면 안 되는 일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외부세력이라고 몰아세워도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심성을 갖고, 말도 안 되는 정부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같이 가야 한다.”

-신부님은 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외부세력을 자처하는 건가요.

“국가가 헌법상 사유재산권까지 침해해가며 지역 주민들을 내쫓고 억압한다. 군산 미군기지 문제 때부터 제주 강정마을까지 죽 지켜보고 봐 온 결과다.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는가. 공권력이 밀양에서 할머니들한테 어떤 짓을 했는가 말이다.”

-신부로서 종교적 신념인가요.

“옆에 쓰러져 있는 사람, 빼앗기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야지. 성서적으로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비유한다. 그것이 관심이고 동정심이고 참여이고 연대다. 인간지사에 당연한 얘기이다. 이런 걸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병폐이고 그런 사람은 죄인이다. 도덕적이면서 종교의 심성에 대한 얘기다. 그것을 거부하라는 정권은 무너져야 한다. 인간의 기본 심성을 파괴하는 집단은 사라져야 한다.”

-외부세력으로서의 출발점은 언제였습니까.

“군산 미군기지 운동에 관여하다 소파(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모순을 알게 됐고 개정운동을 벌였다. 그러다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터졌다. 역시 불합리한 소파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미군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이라크 파병 문제 때 붙어서 사법 처리도 당했다. 그래도 별을 단 건 두 번뿐이다. 강정에 와서는 두 번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한 번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드 사태 어떻게 보시나요.

“눈에 선하다. 강정과 군산에서도 정부는 헬기장 만든다고 땅만 빼앗아 놓고 헬기장은 짓지 않았다. 성주에서도 곧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지. 앞으로 미군들 밑 닦아줄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거다. 미군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방위비 분담금도 계속 더 내라고 할 거다. 지금까지 고군분투했듯, 이런 때일수록 <한겨레>가 잘해야 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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