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구조되지 않아..스스로 탈출한 것"

윤수희 기자 2016. 7. 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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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지나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자살 생각 시달려
조선미 아주대 산학협력단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결과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16.7.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세월호참사 생존자들은 스스로를 구조된 사람이 아닌 본인 힘으로 탈출한 생존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와 양옥경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승섭 교수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단원고 생존학생 19명과 가족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생존학생들은 "나는 구조되지 않은, 탈출한 생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생존 학생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기보다 자신이 움직였을 경우 구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 생존자와 유가족들 8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던 양옥경 교수 역시 "생존자들은 '구조'가 아닌 '탈출'로 배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이 적극적인 탈출활동을 못했던 이유는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구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참사 이후 충분한 치유활동이 이뤄지지 못했고 배·보상문제 등에서 정부의 홍보활동과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인해 2차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참사 이후 단원고 학생들은 그달 30일까지 안산 고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가족들의 요구로 연수원에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그러나 김승섭 교수 조사에 따르면 생존학생들은 신뢰관계 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초단기 프로그램과 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외에도 유가족과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라는 1차 트라우마 이후 대학 입학 특별전형 및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 댓글 등으로 비난을 받고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접하게 되면서 2차 트라우마까지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가 조선미 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팀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145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56%인 7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했다.

자살을 생각한 사람은 60명(42.6%),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6명(4.3%)에 달했다.

특조위는 이는 국내 자살사고(思考) 비율인 2~5.6%와 자살시도 비율인 0.2~0.9%에 비해 현격이 높고, 참사발생 후 2년이 지난 후 조사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존학생 중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인 생존자와 유가족 역시 불면증과 수면장애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미 교수는 "2차 트라우마 방지를 위해서는 남은 삶의 의미이자 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진상규명을 통한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섭 교수는 "재난 피해자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당사자 필요에 기반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단기적·압축적 치료가 아닌 트라우마의 사회적 치유를 위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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