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3개 史學科, 47년만에 다시 합친다

문현웅 기자 2016. 7. 2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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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학과 보직교수 전원 동의, '사학부'로 통합하기로 결정 1999년부터 통합시도 번번이 실패.. 분리 주장한 원로교수 대부분 은퇴 이번에 만장일치로 통합 결론

국내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셋으로 나뉘어 있던 서울대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가 하나로 통합된다. 서울대 사학과가 지난 1969년 셋으로 분리된 지 47년 만이다. 서울대는 이 세 학과 보직 교수 28명 전원의 동의를 받아 '사학부'(가칭)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방안은 학장 회의와 평의원회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이 세 학과는 본디 하나였다. 1946년 서울대 문리과대학에 사학과가 만들어진 후 23년간을 함께했다. 그러나 1969년 학과가 셋으로 쪼개져 신입생을 새로 뽑기 시작했다. 원래 한 학년 정원이 20명이던 사학과가 분리되면서 국사 15명, 동양사 10명, 서양사 1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학과 분리의 명분(名分)은 "전공을 일찍 선택할수록 교육과 연구가 깊어진다"는 논리였다고 한다. 학부 때부터 국사·동양사·서양사 등으로 전공을 세분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면 석·박사과정의 학문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사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불만이 더 결정적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국사학)는 "당시 사학과에 국사학 전공 교수가 4명밖에 안 돼, 서양사나 동양사를 전공한 교수보다 적었다"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에 한국사 전공 교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에 따라 국사학과가 독립하며 세 학과로 나눠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국학(國學) 장려 정책도 국사학과 신설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거꾸로 통합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셋으로 나뉜 채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을 지내다 보니, 서양사학과와 동양사학과의 실크로드 연구가 서로 다르고 국사학과가 이해하는 중국과 동양사학과가 이해하는 중국이 다른 지경이 됐다"며 "다른 학문끼리도 학제간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마당에 '역사'라는 같은 계통에 있는 세 학과가 장벽을 치는 건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했다. 동창회에서도 통합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다. 한영우 교수는 "동창회가 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국사학과 넷으로 나뉘었는데, 하나로 뭉쳐도 힘들 판에 잘게 쪼개져서야 되겠느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왔다"고 했다.

1999년에 진행된 첫 통합 논의는 무산됐다. 학과 분리를 주도했던 교수들이 여전히 현직에 있어 재통합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6년 뒤인 2005년 다시 제기돼, 세 학과 합동 교수 회의 안건으로 올랐다. 그러나 출석 인원 27명 가운데 17명만이 통합안에 찬성해, 재적 인원의 3분의 2인 정족수 18명을 채우지 못했다. 2008년에도 통합 논의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교수들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좌절됐다. 올해 4차 재통합 논의가 만장일치로 결론 날 수 있었던 것은 통합을 적극 반대했던 원로 교수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에서 세부 전공별로 나뉘어 있던 학과가 통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9년 갈라섰던 정치학과와 외교학과는 51년 만인 지난 2010년 다시 정치외교학부로 합쳐졌다. 생물학과도 1959년 동물학과와 식물학과로 분리됐다가 41년 만인 2000년에 미생물학과까지 합쳐 생명과학부로 통합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일부 학과가 지나치게 세부 전공으로 분리된 것은 주로 전공 교수들 간 갈등과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며 "학문이 융·복합화하는 추세인 데다 분리를 주도했던 원로 교수들이 은퇴하면서 뿌리가 같은 학과들이 재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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