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주민의 마음을 울린 표창원의 연설

2016. 8. 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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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일 더민주 의원들과 함께 촛불집회 참석해
‘프랜시스 스페이트호 좌초 사건’사드 배치와 비유해 이야기
페이스북에 성주 군민 응원글도 남겨…주민들 “가슴뭉클하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동료 의원들과 함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를 찾은 표창원(50) 의원이 ‘감동적인 연설’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표 의원은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1835년 ‘프랜시스 스페이트호 좌초 사건’을 사드 배치와 비유하며 사드 배치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을 응원했다(아래 전문 참조).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성주 군민 여러분 힘 내세요. 저희도 최선 다하겠습니다. 미처 못 드린 말씀, 사드 문제 해결되면 다시 새누리 텃밭으로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늘 어딘가엔 지금의 성주 같은 억울한 소수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성주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표창원님 글이 가슴뭉클하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 “오늘 표창원님 애쓰시는 모습 너무나 감사합니다”, “표창원님 페이스북이에요 감동 ㅜㅜ”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성주/글·영상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표창원 의원이 촛불집회에서 한 프랜시스 스페이트호 좌초 사건 이야기 전문>표창원: 표창원입니다. 짧은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혹시 여러분 프랜시스 스페이트라는 배 이름 아십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모르시죠. 1835년 11월 캐나다 앞바다에서 좌초한 배 이름입니다. 이 배의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요, 이 배가 좌초해서 18명의 선원이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음식도 없이 13일을 버텨요. 굶어 죽을 지경이죠. 구조선은 오지 않습니다. 그때 선장이 이야기합니다. “우리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게 뭡니까?”. 선원들이 묻죠. 그때 선장이 이야기합니다. “우리 중에 누군가 한 명만 희생하면 그 사람의 고기를 먹고 17명이 살아남을 수 있어”. 여러분 선장의 말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다들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판장이 앞으로 나섭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선장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리가 이대로 다 죽을 수는 없잖아. 대를 위해 소는 희생을 해야지. 한 명만, 우리 모두 공평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라도 희생하겠어”. 옆에 있던 기관장이 나섭니다. “내 생각도 그래”. 또 옆에 있던 요리장이 나섭니다. “내 생각도 그래”. 선원들이 웅성거립니다. 선장이 다시 이야기하죠. “나도 이 이야기 하기 싫었어. 너무 괴로워.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 우리 다 죽을까? 모두가 기회만 공평하다면 우리 모두 동참하는 게 맞겠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결국 선장이 준비한 제비뽑기가 이뤄집니다. 18개의 막대기 그중에 하나만 아래에 빗금이 처져 있습니다. 그것을 뽑으면 그 사람이 희생하는 것입니다. 누가 그 막대기를 뽑았을까요?

주민들: 선장.



표창원: 제안한 선장 아닙니다. 동의한 기관장, 갑판장 아닙니다. 그 배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15살의 수습선원이 그 막대기를 뽑았습니다. 그리고는 순간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가 곧 미소를 짓습니다. “잘됐습니다. 가장 어리고 약하고 경험 없는 제가 여러 선배 선원님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차피 저는 죽을 사람이었는데요. 가장 약하고….” 결국 17명이 그 소년의 피와 살을 먹고 버팁니다. 3일 후 지나가던 다른 어선이 이들을 구조해줍니다. 그리고 재판이 열리죠. 이들의 행위는 과연 살인행위일까요, 정당방위일까요? 하지만 그 당시 법정은 유죄, 무죄를 반복하다가 결국 최종심에서 정당방위 무죄를 판결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판결이 이뤄진 다음에 그중에 한 명이 술에 취해 이야기하고 말죠. “사실 그 제비뽑기는 공정한 게 아니었다고”. 저는 이 이야기에서 사드와 성주를 떠올립니다. 성주가 15살 선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주민들: (박수) 맞어.



표창원: 첫째 과연 당시 프랜시스 스페이트 호에서 꼭 한 명이 희생했어야 했을까요?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3일만 더 버텼으면 다 살아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쵸?

주민들: 예.



표창원: 대한민국에 사드가 반드시 필요합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필요합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주가 그 지역이 되어야만 합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그 절차가 공정했습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성주와 사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강정에서, 밀양에서, 세월호에서, 여러분은 사드가 들어오기 전에 과연 그분들 편에 서주셨습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지금 다른 국민들이 여러분 편에서 계십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대한민국이 슬픈 프랜시스 스페이트 호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 뿐입니까?

주민들: 아니오.



표창원: 그래서 여러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성주가 아니면 된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드는 아니다. 공부하시고 따져보시고 사드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핵을 막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오히려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킨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편에 서게 만든다, 북한이 핵을 개발할 명분을 준다, 대한민국은 경제와 외교의 위기에 내몰린다, 제 말이 맞습니까?

주민들: 예



표창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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