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정직', 검사면 '해임'..비위 판검사 징계수위 왜 다를까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 8.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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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팩트체크] 판사는 '헌법', 검사는 '법률'로 신분보장..변호사들 "실질적 독립성 보장 안되면서 징계에서만 특혜"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the L 팩트체크] 판사는 '헌법', 검사는 '법률'로 신분보장…변호사들 "실질적 독립성 보장 안되면서 징계에서만 특혜"]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관련 부장검사 폭언 등 비위 사건 대검 감찰위원회의 감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물의를 일으킨 판·검사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는 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판·검사간 최고 징계수위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판사와 검사의 신분보장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 잘못한 판사는 '정직'인데 검사는 왜 '해임'?

현행법상 검사가 잘못을 저지르면 판사의 경우보다 더 큰 징계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공무원신분인 점과 보수 등 처우가 유사하지만 징계로만 본다면 둘의 차이는 크다.

성매매 혐의로 대기발령을 받은 법원행정처 부장판사의 경우는 향후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법관징계법에 따라 정직·감봉·견책 3가지 중 하나의 징계를 받게 된다. 가장 센 징계는 '정직'이다.

반면, 뇌물죄 혐의의 진경준 검사장과 자살한 김홍영 검사에 대한 가혹행위 혐의가 인정된 김대현 부장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 처분 중 하나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김연기 변호사(법무법인 세인)는 "사법부의 사무는 결국 개별 법관의 사무와 밀접하게 관련돼있어 사법부의 독립은 개별 법관의 독립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 헌법 제 106조 제1항에서 징계 처분만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법관이 신분을 상실하지 않도록 신분보장을 해주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판사의 신분은 웬만해선 보호되도록 이미 헌법에서 규정을 해두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검사에 대해서는 헌법에서 판사와 같은 보호를 해주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김 변호사는 "검사는 직무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단독 관청의 지위를 갖지만, 그와 동시에 행정부의 구성원리를 따르는 공무원의 지위도 겸한다"며 "검사는 헌법기관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헌법에서 검사의 신분 보장과 관련한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행정부에서의 내부 통제가 가능한 공무원의 지위도 겸하고 있고, 그 징계한도 역시 헌법이 아닌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에 불과하기에 법관의 경우와 달리 법률 개정을 통해 해임까지도 징계의 종류로 추가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사의 징계 종류 중 '해임'은 2006년에 이르러 비로소 검사징계법 개정에 따라 추가됐다.

◇ 판·검사의 '독립성 보장'에 치우쳐 '공무원으로서의 징계'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

한편 법 전문가들은 최근 문제가 된 판사와 검사에 대해 최고 수준의 징계 처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현행 법 규정상의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정직'과 '해임'으로는 국민적 공분을 다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기 변호사는 "독립성 보장이 문제되는 경우는 판·검사의 비위행위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거나 결과로서 발생한 경우"라며 "그 징계 여부와 수위는 그 비위행위가 독립한 직무수행에 필요한 것이었는지, 독립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그 정도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그 독립한 직무에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 그 직무 수행에 따른 비위행위의 반복이 예상되는지 등의 사정을 살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독립성 보장은 직무 수행과 관련된 것이어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에 문제가 된 자살 검사 사건의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는 이유로 직무에 전혀 필요치 않은 일을 요구하기도 했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불필요한 폭언과 폭행을 일삼기도 했으며, 그러한 비위행위가 장기간 계속 돼 숨진 검사의 직무 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초래했다"며 "김 부장검사가 앞으로도 직책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면 추후 동종의 사건이 재차 발생할 여지가 있음을 고려해 해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판·검사 징계규정들이 신분을 보장하는 데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그들의 잘못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내리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원 변호사(최재원 법률사무소)는 "고법 부장 승진을 포기한 판사, 다음 임지를 포기한 검사, 금전을 포기한 변호사는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현실적인 사법권, 검찰 독립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진정한 사법권 독립은 부여하지 않은 채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회유책인 경력 대비 상대적인 급여 특혜, 징계책임 및 민사 손해배상 책임 제한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나 검찰의 독립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실질적으론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징계에서만 독립성 보장이 강조되는 것은 '특혜'적 성격이 있다는 얘기다.

최 변호사는 또 "직급을 이유로 검찰 독립의 대상인 동료 검사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부장검사,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판사가 각각 검찰 독립과 사법권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해임과 정직에 그친다면 어떤 시민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들이 현행 규정상의 최고 징계인 해임과 정직 처분을 받더라도 일반 사람들에 대해 무너진 사법권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기에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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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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