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檢 보도자료 '고소남용자' 표현, 인권침해"
검찰총장에 인권침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권고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검찰이 보도자료에 특정인을 '고소남용자' 등으로 표현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사 기자인 이모(30)씨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악성 댓글이 달리자 2013년부터 1년 반 가까이 270여 명의 댓글 게시자들을 고소했다.
이 중 90여 건은 고소 취하로, 40여 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30여 건은 약식기소 처분, 나머지는 기소유예 또는 기소 중지됐거나 수사 중이다.
대검찰청은 2년 뒤 이 사례를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이라는 보도자료에 넣어 배포했다.
검찰은 자료에서 "악플 피해자가 증가하는 반면 댓글 게시자를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한 후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고소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의 처리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씨의 사례를 "'인터넷 신문 기자'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글 또는 비방 댓글을 찾아내 게시자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후 피고소인들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취하한 사례"라고 표현했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 몇몇 매체는 이씨의 사례를 자료에 있는 대로 보도했다가 '댓글 게시자에 합의금 지급을 종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반론보도문을 싣기도 했다.
검찰은 보도자료에 이씨를 직·간접적으로 특정하거나 추론할 수 없게 모든 표현을 익명화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인터넷 기자'라는 표현 외에도 '세월호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 후 자신을 비방한 댓글을 올린 게시자 1천500명을 고소한 사람' 등 보도자료에 담긴 표현은 당사자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보도자료가 사건관계인을 공개할 때 영문 알파벳 대문자를 이용해 성명을 표기하되 실명을 추단할 수 있는 표현을 함께 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수사공보준칙을 위반하고 이씨의 명예와 평판을 해친다고 봤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면서 "검찰총장에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 준칙'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유사한 인권침해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kjpark@yna.co.kr
- ☞ '한남패치' 운영 20대 여성 "경찰 조사 다시 받겠다"
- ☞ 유명 대학병원 의사인줄 알았던 남편 알고보니 사기꾼
- ☞ 제주 관광하러 간 현직 여경, 노트북 훔치다 적발
- ☞ '치료불만' 치과 여의사에 흉기 난동 40대 '진상환자' 검거
- ☞ "왜 주차 못하게 해"…관리소장 폭행한 백화점 회장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76세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 심장박동기 달았다 | 연합뉴스
- 이재명 유세현장서 흉기 품은 20대 검거…"칼 갈러 가던 길"(종합) | 연합뉴스
- 야간자율학습 중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남학생 고소당해 | 연합뉴스
- 감귤 쪼아먹은 새 수백마리 떼죽음…"화가 나 농약 주입"(종합) | 연합뉴스
- 용인 아파트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 간 칼부림…1명 부상 | 연합뉴스
- 서울 도심서 자산가 납치해 금품 뺏으려던 일당 검거 | 연합뉴스
- 빵 제조일자가 내일?…中누리꾼 "타임머신 타고 왔나" 맹비난 | 연합뉴스
- 채팅앱서 만난 10대 성착취물 700여개 제작…이별 요구에 협박 | 연합뉴스
- 인스타 게시물 싹 정리한 신세계 정용진 회장…배경에 관심 | 연합뉴스
- "위에 인부들이 있다" 직후 "다리가 무너졌다!"…긴박했던 90초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