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實名 다 밝힌다"는 스폰서.. 그 입에 달린 검찰 명예

조백건 기자 2016. 9. 7.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폰서 부장검사 의혹.. 검찰총장 "연루 검사들 샅샅이 찾아내 모두 조사"] - 검사·고교동창 관계 속속 드러나 강남 술집서 지속적 향응 정황.. 여종업원에 '車 선물' 의혹도 횡령혐의 동창이 檢 수사받자 "술값 싼 집이라고 말해달라" "휴대폰도 바꿔라" 문자 보내

김수남 검찰총장은 6일 김형준(46)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씨에게서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받고, 김씨가 연루된 형사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모든 비위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있는 자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김 부장검사와 김씨는 물론 사건 무마 청탁 의혹을 받는 서울서부지검 수사팀 등 모든 사건 관련자를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 외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검사들이 있다면 샅샅이 찾아내 조사할 것"이라며 "내부 비리를 감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주말 김 부장검사를 불러 조사했고, 김 부장검사가 김씨와 주고받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내용을 확보해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26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도피한 뒤 지난 5일 체포된 김씨가 "(금품 등을 제공한) 다른 검사들도 있다"고 주장한 만큼 그가 지목하는 다른 검사들에 대한 감찰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가 지난 주말 조사에서 '김씨가 내가 술집에서 찍힌 사진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3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는 친구인 김 부장검사에게 지속적으로 술·향응을 제공했고,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서 준 1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김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자신에게 거짓 진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주고받은 SNS 등을 보면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일부 담겨 있다. 김 부장검사는 작년 11월 17일 김씨에게 '친구.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이 나을 듯. (서울) 광진구의 ○○○텔, 1000만원에 65만원으로 (계약)하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부장검사가 당시 한 술집 여종업원에게 이 오피스텔을 생일 선물로 얻어 주려 했고, 친구 김씨에게 임차료를 부담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를 통해 같은 여종업원에게 승용차도 사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자주 만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나왔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월 1일과 3월 3일 김씨에게 각각 '오늘 저녁 ○○○ 갈 거야? 오늘 아니면 설 전에 목요일도 좋아' '이따 저녁에 다시 뭉치자. 8시까지 ○○○ 갈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가 지난 4월 70억원 횡령·사기 혐의로 고소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과의 관계를 은폐하려고 한 메시지들도 나왔다. 김 부장검사는 '○○○(술집) 물어보면 싱글 몰트바이고, 여자애들 한둘 로테이션해서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주고'라고 했고, '(여자) 정해서 술 마시는 집이란 걸 네가 이야기했으면 그것만 가지고도 문제가 되고 옷 벗어야 할 것 같다' '여자 수사관이 너랑 나 2차도 갔느냐고 추궁했어?'라고 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7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박○○(수사 검사)가 미친 척하고 압(수수)색할지 모르니 집·사무실에 불필요한 메모 등 있는지 점검해' '한 번만 더 휴대폰도 바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고교 동창 관계를 믿고 교류한 게 잘못"이라며 "김씨와 간 술집은 룸살롱이 아니며, 술값도 김씨가 과장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이날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근무 중인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전보 발령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