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추석, 송편대접

2016. 9. 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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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조금 이른 추석으로 햇과일과 햇곡식이 많지 않지만, ‘일년 열두 달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만큼 먹을거리가 풍요롭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이다. 교통지옥을 뚫고 온 집안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걱정이 앞서지만 정성껏 차린 음식으로 풍요로운 추석을 맞이해본다.

송편

추석하면 가장 먼저 송편이 떠오른다. 만드는 게 너무 번거롭고 많이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즘은 송편을 사서 먹는 시대가 되었지만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둘러앉아 함께 만들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떡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축제의 음식’으로 명절이나 생일, 큰일에는 반드시 떡을 만들었다. 추석을 앞두고는 집집마다 햇곡식을 잘 씻어 불려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모였다. 방앗간은 떡가루를 빻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소식을 전하던 곳이기도 했고 떡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1년 열두 달이면 재료도 모양도 다른 떡을 빚으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정월 보름에는 달떡이요, 이월 한식에는 송병이요. 삼월 삼질 쑥떡이로다, 사월 파일에는 느티떡, 오월 단오에는 수리치떡, 유월 유두 밀전병이라, 칠월 칠석 수단이요, 팔월 가위 오려 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이라, 이월 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지에 새알심, 섣달 그뭄에 골무떡이로다.’ 또 떡 이름에 생활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타령도 있다. ‘왔더니 가래떡, 울려 놓고 웃기떡, 정들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속살 백설떡, 오이서리 기자떡, 주눅드나 오그랑떡, 초승달이 달떡이지’

지역마다 나는 재료가 다르니 떡을 만드는 재료나 모양도 제 각각이다. 경기도는 떡 종류가 많고 모양도 멋을 부려 화려하여 절편에 색색의 물을 들인 색떡, 여주산병, 개성우메기, 개성경단 등이 있다. 충청도는 양반과 서민의 떡이 구분되어 있어 쇠머리떡, 약편, 칡개떡, 햇보리개떡 등이 있다. 산이 많고 바다를 접한 강원도는 감자떡, 감자송편, 메싹떡, 우무송편, 방울증편 등이 있다. 전라도는 평야가 많아 곡식이 많이 생산되어 떡도 사치스러웠다. 감고지떡, 감인절미, 수리치떡, 고치떡 등이 유명하였다. 경상도는 밤, 대추, 감등이 풍부하여 그 재료들을 활용한 설기떡과 편떡이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섬이라 쌀보다는 잡곡이 흔하여 떡의 재료도 쌀보다는 메밀, 조, 보리, 고구마를 사용한 떡으로 오매기떡, 돌래떡, 빙떡 등이 있다.

생활환경이 변화되고 먹을거리는 풍성해지고 통과의례들은 간소화되면서 지역마다 계절마다 다양한 떡을 맛보기는 힘들어졌다. 그리고 번거롭고 힘든 날로 명절의 참된 의미도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 쌀가루를 빻아서 햇곡식인 콩, 밤, 깨를 넣어 온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면서 바쁜 일상을 잠깐 잊고 가족, 이웃들 간의 행복을 기원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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