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 Black Box 360] "실력 없는 전문의, 이대로 가면 재앙"

2016. 10. 11. 10: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격 증언> 병원에 '유령 의사'가 떠돈다! ③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격 인터뷰

[동아일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노환규(54)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재임 중 PA 불법 의료행위 문제를 해결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 차원의 단속과 대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만큼 PA의 불법 의료행위 실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노 전 회장은 이미 PA의 불법 수술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노 전 회장은 “PA가 (의사 대신) 직접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털어놨다.

“흉부외과 교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흉부외과는 PA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더라. 많이 하는 수술 중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게 있다. 경험이 쌓인 전공의들이 이런 수술을 하는데, 전공의가 없다보니 PA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나도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노 전 회장은 “더 큰 문제는 전공의들이 PA에게 수술기회를 박탈당하고 제대로 수련을 하지 못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병원들이 왜 불법인줄 알면서도 PA에게 전공의 일을 맡기는 건가?

“대다수 병원이 수익구조가 좋지 않다. 그래서 전공의들을 저가의 의사 인력으로 활용한다. 일부 비인기과에선 전공의조차 부족하니까 간호사를 PA라는 애매모호한 신분으로 만들어서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맡긴 것이다.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PA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정부가 아직까지 한 번도 단속을 안 했으니까 그냥 계속 일하는 거다.”

-PA에게 수술까지 맡기는 건 큰 문제 아닌가? “전공의에게 수술을 가르치는 게 의대 교수의 책무다. 그걸 알면서도 일부 교수들이 전공의 대신 PA만 데리고 수술을 한다고 한다. 전공의는 계속 바뀌고, 그때마다 새로 가르쳐야 하는데 오랫동안 가르쳐 숙련된 PA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참 큰 문제다.”

-병원 측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PA를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의사 수(인구 1000명당 2.2명)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3.3명)에 못 미치는데, 한의사 수가 빠진 수치다. 의사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2020년 내외로 OCED 평균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문제는 의사 중에 질병을 치료하지 않는 의사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 중 산부인과 진료가 아니라 피부과와 성형외과 일을 하는 의사가 많다. 흉부외과 의사 중에도 개업의 대부분 본인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지방 흡입이나 피부 레이저 치료를 한다. 결국 제도의 문제다.”

-정부가 PA의 불법 의료행위를 단속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한 가지다. 정부가 PA를 단속하면 대형 병원은 의사 수를 늘린다는 이유로 의료수가 인상을 또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저항하니까, 그게 싫은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간다.”

-어떤 피해를 말하는가? “몇 년 전 일이다. 한 의사가 군에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했는데, 수술 받은 병사가 출혈로 사망한 적이 있다. 의료 사고였다. 그 의사는 국내 일류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전문의였다. 그런데 의사에게 그 수술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의사? 병원? 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의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능력 없는 요리사를 만나면 한 끼 식사를 망치고, 능력 없는 변호사를 만나면 금전적인 손해를 본다. 그런데 능력 없는 의사를 만나면 죽는다.”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대로 가면 재앙이다. 의료 수준은 점점 좋아지는데, 의사의 수준은 오히려 더 떨어진다. 예전에는 전공의 과정을 인정해줬지만, 지금은 전문의를 따고 나서도 전임의(펠로우)라고 하는 추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전문의는 과연 완성도 있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의사를 만난 환자는 자칫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정부가 시범운영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반드시 이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고용되고 국가가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한다면, 전공의들이 피교육생으로서 제대로 수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아직도 당신만 모르나 VODA"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