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JTBC 세월호 보도, 공정성 잃었다"

정민경 기자 2016. 10.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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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정치부 회의 ‘세월호 800일 르포’, 유가족 주장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편향된 시각" 문제 삼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방송심의소위원회가 JTBC 19일 ‘정치부 회의’의 ‘세월호 800일 르포’에 대해 공정성을 잃은 보도라고 판단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방송에서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판툰’이라는 물체가 나왔다는 유가족의 주장을 보도한 것을 지적했지만 결국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보도가 비틀어진 느낌”이라며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날 해당 프로그램에 ‘권고’(행정지도)처분을 내렸다. 여당추천 위원 2명과 야당 추천위원 2명이 각각 ‘권고’와 ‘문제없음’으로 의견이 팽팽히 갈린 가운데 김성묵 소위원장이 ‘권고’를 결정한 결과다.

▲ JTBC<5시 정치부회의>(6월27일자) '세월호 참사 800일...진도 현장을 기록하다'
방통심의위는 이 방송에 두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세월호에서 나온 미지의 물체에 대해 ‘판툰’이라고 보도한 것이고 둘째는 클로징 멘트에서 “지난해부터 세월호 인양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유불리 계산도 없이 인양작업이 진행되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다”고 한 점이 마치 정부가 인양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방송분에서 ‘판툰’이 언급된 이유는 세월호 인양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였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인양 과정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나왔고 이것이 세월호 인양을 위해 설치한 판툰이라는 주장을 보도한 것. 인양을 위해 설치한 판툰이 훼손된 채 떠오르는 것은 결국 인양의 초기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소위원회는 “미상의 물체를 판툰으로 단정하는 등 마치 정부가 고의적으로 인양을 지연시키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것으로 선동하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심의안건을 상정했다. 당시 하남신 심의위원(여당 추천)은 “전체적인 내용의 톤이나 행간의 의미를 봤을 때 정부가 불순한 의도나 배경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지체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방송을 듣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음모론을 떠오르게 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의견진술을 주장했다.

19일 의견진술을 위해 소위원회에 출석한 노승옥 JTBC 뉴스제작2부 차장은 “판툰에 관한 것은 당시 영상을 입수하면서 의심되는 점과 유가족의 주장을 보도한 것이고, 방송에서 최대한 단정하지는 않았다”라며 “게다가 실제로 유가족의 주장처럼 그 물체가 판툰인 것이 확인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며 결국 방통심의위의 지적이 과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애초에 방통심의위는 두가지 문제를 두고 ‘객관성’ 조항(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4조)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임이 드러나 객관성에 문제가 없자, ‘공정성’ 조항(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으로 바꿔 ‘권고’ 조치를 내렸다. 클로징 멘트 등에서 정부가 일부러 인양을 지체시킨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이유였다.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이 ‘권고’ 조치를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여당 추천)은 “세월호 인양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인양을 해야 원인 규명이 된다고 보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시간과 수천억 국민 혈세 들여 인양을 하는 건데 폄하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남신 위원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양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표현방법이나 분위기로 봐서 강력히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방송에서 빌리조엘의 ‘어니스티(honesty)’가사 자막으로 ‘정직’ ‘믿기 힘든 말’ ‘정말 듣고 싶은 말’을 넣은 것도 편향된 시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낙인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세월호 참사 800일을 맞아 만든 르포였고, 현장의 유가족을 취재했으니 유가족 입장을 넣는 것이 문제가 있느냐”며 “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윤훈열 위원(야당 추천)도 ‘문제없음’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성묵 소위원장은 “살짝 비튼다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객관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 기사 내용이 더 힘을 얻을텐데 왜 살짝 비트는 식으로 보도하는지 모르겠다. 탈피해야한다”고 ‘권고’의견을 냈다. 결국 소위원장의 결정으로 권고 3명, 문제없음 2명으로 ‘권고’ 의견이 결정됐다.

노승옥 JTBC 뉴스제작2부 차장은 미디어오늘에 “이 보도가 심의에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6월 달에 나간 내용이라 지금 와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올해 JTBC ‘정치부 회의’가 방통심의위의 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17일 ‘정치부 회의’는 걸그룹 AOA의 역사 의식이 논란이 됐을 당시 정치인들의 역사 의식에 대해 비판하는 기획을 내보냈다. 이 기획에서 ‘정치부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은 사례를 들며 “박근혜 당시 후보가 역사적 사실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JTBC<5시 정치부회의>(5월19일자)
이에 방통심의위는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한 연예인들의 행태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입장이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냐며 “어떤 기획의도냐”고 묻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처럼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보도에 대해서 “편향됐다”, “기획 의도가 뭐냐”는 식으로 심의를 하는 것은 ‘정치 심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2013년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이 뉴스를 진행한 이후 JTBC에 대한 표적심의’를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관련기사: ‘손석희뉴스’ 심의, JTBC 내부에선 “KBS·MBC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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