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PC 파일 보니..'통일 대박' 드레스덴 연설 붉은 글씨로 고친 흔적

2016. 10. 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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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와대 파일 200개 JTBC 보도
남북관계 로드맵 ‘드레스덴 연설문’
실제 발언 하루 전 미리 받아봐
다른 연설문도 곳곳에 손댄 흔적

민감한 ‘청와대 비서진 교체건’
중앙일보 “정호성 비서관이 전달”
정유라 개명전 이름 ‘유연’ 피시 아이디

최순실씨가 지난 2013년 7월19일 경기도 과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 정유라씨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제이티비시>(JTBC) 보도는 충격적이다. 앞서 최씨의 핵심 측근 고영태씨의 “(최순실)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물증인 셈이다.

■ 발표 전 최씨에게 건네진 44개 ‘대통령 파일’ 24일 <제이티비시>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컴퓨터에 보관된 청와대 파일은 모두 2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또는 유세문 등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만 44개다. 이 가운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드레스덴 연설문’도 있었다.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대북관계 로드맵이기도 해서 극도의 보안 속에 내놓은 자료인데, 이를 최씨가 하루 전에 미리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한 시각은 한국시각으로 그해 3월28일 오후 6시40분쯤인데, 최씨가 파일 형태로 누군가한테서 이를 전달받아 열어본 것은 3월27일 오후 7시20분이었다. 해당 문서를 보면, 누군가 붉은 글씨로 수정한 흔적이 나오고 문서정보의 수정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6시33분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가 연설문 자체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되며, 누군가가 수정해 이를 최씨에게 보낸 것을 최씨가 열어본 것이라고 방송은 추정했다. 최씨가 받아본 다른 연설문에도 곳곳에 붉은 글씨가 나온다고 <제이티비시>는 전했다(바로가기). 한 연설문에서는 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된 일화가 보완돼 삽입됐고, 특정 부분에서는 표현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들 문서는 적게는 4분, 길게는 사흘 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

최씨는 국무회의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청와대 내부 문서도 발표 전에 받았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8월5일에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교체와 관련한 자료를 최씨가 받은 건 하루 전날이었다. ‘국무회의 말씀’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마지막으로 문서를 열어본 시간은 2013년 8월4일 오후 6시27분으로 돼 있는데, 청와대는 하루 뒤인 5일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새 비서실장으로 등용되고, 정무수석·민정수석 등 10명의 수석비서관 중 4명이 교체된 전격 인사였다. 최씨가 받아본 청와대 관련 문서에는 대통령 주재로 장관들과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인 국무회의 자료도 다수 발견됐으며, 이들 자료 역시 회의가 열리기 전에 최씨가 전달됐다. 예컨대 2013년 7월23일 오전 10시에 열린 ‘제32회 국무회의 주재 자료’의 경우, 최씨는 회의 시작 약 2시간 전인 오전 8시12분 대통령 모두발언 문서를 받아봤다.

청와대 홈페이지 올라온 2014년 3월 박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문(왼쪽)과 JTBC가 24일 보도한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한 드레스덴 연설문 문건(오른쪽). 이날 JTBC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 붉은 글씨 부분이 실제 연설에서 바뀌는 등 수정 정황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 청와대 ‘비밀 문건’ 전달자는 누구? 청와대는 물론 대선 후보 시절에도 아무런 직함도 없었던 최씨는 어떻게 이런 자료를 미리 받아볼 수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최씨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청와대 자료의 경우, 누가 최씨에게 이런 자료를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제이티비시>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문제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이 포함된 국무회의 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한 사람은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몇 시간 뒤 기사를 삭제했다. 정씨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으로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해온 최측근 참모다. 하지만 최씨에게 전달된 문서는 여러 종류여서 정씨만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 등에 의해 전달됐을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 내부 자료도 수정된 흔적이 보인다고 <제이티비시>는 보도했다. 예컨대, 2013년 10월31일 오전 8시19분에 ‘21차 수석비서관 회의’라는 제목의 문건의 경우 수정 흔적이 역력한데, 이 문서의 작성된 피시 아이디는 ‘유연’이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과 같다. 이 파일은 다른 컴퓨터에 전달됐다가 수정된 뒤 다시 최씨의 컴퓨터로 돌아온 것이며, 다만 이 파일을 최씨가 직접 고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앞서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면 믿을 수 있겠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밤늦게까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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