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개헌을 누른 JTBC 최순실 파일 보도

정민경 기자 2016. 10. 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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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야당 흔들고 국면 전환, 위기탈출용 개헌… 조선일보 "최순실 연설문 수정 사실이라 침묵하는 것"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까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연신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으나 개헌 자체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JTBC는 최순실씨가 이전에 쓰던 컴퓨터의 자료를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고 최순실씨가 연설문 뿐아니라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전했다.

다음은 25일 아침에 발행하는 아침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통령의 ‘개헌 급습’>
국민일보 <靑 “내년 4월까지 개헌 목표”>
동아일보 <朴대통령 “임기내 개헌 완수”>
서울신문 <朴대통령 “임기 내 개헌… 정부조직 설치”>
세계일보 <'블랙홀' 연 박 대통령… 정국 개헌 격랑>
조선일보 <"임기내 改憲"… 정국 뒤흔든 朴대통령>
중앙일보 <“대통령 연설문 등 최순실 PC에 44개 연설 전 미리 받아”>
한겨레 <위기탈출용 ‘최순실 개헌’>
한국일보 <朴의 역습...정국 '개헌 블랙홀'속으로>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헌법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2017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입장은 갈렸다. 여당과 야당이 갈리기도 했지만 야당 사이에서도 개헌에 대한 입장이 갈렸다. 개헌론이 ‘야당 가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은 현 시기의 개헌이 ‘꼼수’라고 보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공식입장을 통해 “개헌 제안은 느닷없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꺼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으면서 임기 말 최순실 의혹을 덮으려는 개헌을 내놓은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부겸 민주당 의원,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 고문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이 정권 출범 이후 제일 기쁜날”이라며 개헌론을 환영했다.

▲ 25일 경향신문 4면.
언론은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개헌 제안 순수하지 않다’(조선일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청와대 주도로는 성공 못한다’(동아일보),‘박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 제안을 반대한다’(경향신문), ‘정략적이고 위험한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변신’(한겨레)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논의가 부적절한 이유로 언론은 두 가지를 문제삼았다. 첫째는 개헌 논의의 시점이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순실씨 의혹 등으로 레임덕에 치닫고 있는 청와대가 정국 반전용으로 개헌을 내밀었다는 것.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개헌론인 만큼 프레임 전환이 가능하다.

개헌론은 프레임 전환과 동시에 ‘야당 흔들기’ 카드이기도 하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야권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처럼 야권 내 개헌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을 갈라놓을 분열책으로 개헌 카드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 25일 한겨레 1면.
또 다른 문제는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임기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해도 쉽지 않은 개헌을 빠듯한 일정에 쫓기며 불과 1년 만에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지금껏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일방통행식 국정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개헌론이 이용된 것은 맞지만 개헌 자체는 필요한 논의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한겨레는 “대통령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일단 꽉 막혀 있던 개헌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개헌을 향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국민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여러 잡음에 투명한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개헌도 이뤄질 수 있다”고 썼다. 

▲ 25일 중앙일보 30면.
중앙일보 30면 권석천의 시시각각 ‘역사에 최순실 개헌으로 기록된다면’에서도 “개헌론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사회변화에 따른 기본권 조항 등의 재정비, 지방분권의 확립도 필요하다”고 썼다. 다만 이 기사는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헌법이라면 나는 단 하루도 그 아래서 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한겨레는 개헌할 시 ‘권력구조 조항’보다 ‘기본권 조항’을 대폭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자유권의 확대와 모성보호 강화, 정보기본권 확보, 토지공개념 도입, 남녀 고용조건 평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등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썼다.

▲ 25일 한겨레 6면.
최순실씨가 고쳐준 연설문 읽은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문건을 미리 받고 문건을 미리 수정한 사실이 최씨 컴퓨터 파일로 확인됐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개 파일중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며 박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한 것보다 사흘 전에 연설문을 열람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통일 대박론’을 주장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과 청와대 비서진 교체(2013년 8월5일)와 관련된 문서도 있었다.

이날 아침에 발행한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은 해당 사실을 1면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 자료 등을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정호성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이다.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밝힌 적 있다.

▲ 25일 중앙일보 1면.
청와대는 이같은 보도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론은 이와 같은 경우 보도가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최순실 손에 대통령 기밀 충격 보도에 청와대 침묵, 말이 안 나온다’는 사설에서 “헤괴한 것은 이 놀라운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3시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보도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 것”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며 “최씨 국정 농단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기 문란”이라고 비난했다.

▲ 25일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2면 기사에서 “청와대 내부에서 보도내용이 사실에 가깝다고 확인됐기 때문에 대응 전략을 고민하느라 아뭔 해명을 내놓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청와대는 국정 농단과 함께 거짓말 논란에도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설문 수정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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