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눈에 티끌 들어가자 유세 중단, 최순실한테 가"
최씨와 박 대통령의 친밀도를 짐작하게 하는 당시 일화도 있다. 박 대통령은 그해 3월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기조실장 출신의 엄삼탁씨가 여당(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결정되면서 쉽지 않은 선거를 치러야 했다. 여권이 당시 여당 부총재였던 엄씨를 적극 지원하면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달성군 가창면에서 유세하던 박 대통령의 눈에 티끌이 들어갔다. 박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이던 정윤회씨가 선거운동원들에게 급히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시골이라 안과가 없었다.
이때 박 대통령이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곧장 화원읍의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시 선거 캠프에서는 “막판에 유세할 시간도 부족한데 차량으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자택까지 돌아가는 이유가 뭐냐”며 수군거렸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수행 업무를 맡았던 B씨는 “(유세 현장에서) 박 대통령의 눈을 벌려 티끌을 빼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순실씨에게 부탁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몸에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최씨였을 정도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달성군의 한 지역 정치인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인연이 70년대 이후 약 40년간 이어져 왔고 98년 첫 선거에 동행해 뒷바라지를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박 대통령의 현실 정치 데뷔를 조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74년 8월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피격된 이후 알게 된 최태민(최순실의 아버지)씨가 당시 대학생이던 딸 순실씨를 박 대통령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79년 10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전두환이 주도한 신군부에 의해 청와대에서 쫓겨나 18년간 야인으로 지낼 때도 최순실씨가 줄곧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때 최씨와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에게 “내가 지금까지 언니(박 대통령)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2000년 16대 총선 때도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 옆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선거사무소 간부였던 C씨는 “당시에도 ‘서울 아줌마’가 (박 대통령의) 머리를 해주고 밥도 해준다는 말이 있었다. 선거사무소 부근에서 딱 한 번 최씨를 봤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김윤호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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