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정역사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

이도경 홍석호 기자 2016. 10. 3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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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률 前 교문수석이 국정화 주도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했던 청와대 핵심참모가 최순실(60) 국정농락 게이트에 연루된 김상률(56·사진) 전 교육문화수석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였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달 28일 공개될 예정인 국정 역사 교과서(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가 ‘최순실 교과서’로 규정될 경우 국정화 추진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최순실의 최측근 차은택(47)씨의 외삼촌이다. 김 전 수석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 문체부 2차관 등과 최씨와 차씨의 문화계 이권 개입의 창구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발탁 당시부터 논란

2014년 11월 숙명여대 교수이던 김 전 수석이 발탁될 당시 뒷말이 무성했다. 박근혜정부 ‘코드’와 전혀 맞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였다. 사퇴 압력이 거셌지만 청와대와 김 전 수석은 꿋꿋하게 버텼다. 국정화를 추진했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은 과거 영남대 교수 시절 국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논문으로 전격 교체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 전 수석은 숙명여대 교수 시절인 2005년 펴낸 ‘차이를 넘어서’란 저서에서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라고 두둔했다. 또 “한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옹호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수석 발탁 당시 “김 수석이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닌 통합진보당”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씨 사람’이 아니었다면 발탁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최씨가 김 전 수석을 통해 역사 교과서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최순실과 차은택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후 김 전 수석 발탁 배경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는 교육계 반응들이 많다.

국정화에 깊숙이 개입

김 전 수석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작업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김 전 수석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있었던 2014년 11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발탁됐고, 지난 6월 교체될 때까지 1년6개월여 근무했다. 김 전 수석 재직 시기는 정부와 여당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고 국정화를 관철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11월 13일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등과 당정청 회의를 개최해 ‘복면 집필’ 방침을 확정했다. 이 자리에선 성추문으로 국정 역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에서 중도 사퇴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후속 대책이 논의됐다.

지난해 10월 ‘국정화 비공개 태스크포스(TF)’ 파동 당시에도 김 전 수석은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청와대와 불과 4.18㎞ 떨어진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에 마련된 비공개 TF에서 ‘국정화 여론전’ ‘집필진 구성 상황’ 등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지휘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TF를 방문한 적 없다. 보고받은 문건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청와대 교문수석 업무를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국정 역사 교과서 재논란 불가피

현재 국정 역사 교과서는 다양한 의심을 받고 있다. ‘박정희 미화용’이란 비판이 이전 버전이었다. 최근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유독 ‘혼’ ‘기운’ 등을 강조했는데, 최씨로부터 종교적 영향을 받은 결과란 의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일간지 여론조사를 인용해 “청소년의 69%가 6·25가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이를 국정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는 응답자들이 ‘북침’과 ‘남침’ 용어를 혼동한 결과란 게 정설이다. 청와대 참모들의 정상적인 보좌를 받았다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평가였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차씨의 외삼촌이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된 사실로 봤을 때 국정 역사 교과서에 최씨의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현대사학회 등 역사학회들은 1일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도 정상궤도를 찾아가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글=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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