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비보험 가격 다른 이유? '임플란트의 거품'

김현경 기자 2016. 5.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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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임플란트가 1인당 2개씩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노인 복지 차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정책입니다.

책정된 임플란트 보험수가는 한 개 당 약 121만 원.

그런데 임플란트 부품값은 책정된 보험수가보다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

그래서 일부 업자들은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을 시장가보다 비싸게 팔고, 치과 의사들은 자신들은 손해 볼 게 없으니 업자들이 원하는 값에 구매해준 뒤 건강보험에 청구해 그대로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의사들은 임플란트 재료를 비싸게 사준 대가로 업체들에게서 차액만큼 의료용품을 받기도 합니다.

보험 적용의 빈틈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되면 대상자는 620만 명에 이르고, 그만큼 보험재정 지출은 늘어납니다.

임플란트 가격에 거품은 없는지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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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년층의 단골 화제 중의 하나는 임플란트입니다.

이가 빠진 빈자리에 인공 치아를 심는 '임플란트' 시술.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관심은 더 늘었습니다.

"임플란트가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분들 손들어보시겠어요?"

최근에 가격이 내렸다곤 하지만 백만 원 안팎에 이르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박송자]
"싸면 쌀수록 좋겠지 우리도. 근데 거기서도 자기들의 기본(비용)이 있으니까 그것은 잘 모르겠고 우리는 무조건 싸면 좋지 않겠어요?"

올해부터 임플란트 보험 대상자가 6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 추가로 10만 명 이상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원분]
"틀니를 안 하고(임플란트를) 심어서 걸면 되잖아요. 보험이 되니까 나중에 하면은(나라에서) 대주고 내가 하면 부담이 덜 가잖아요."

정부는 노인들 치과 치료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년 전부터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2580에 임플란트 건강보험 재정이 엉뚱하게 새나가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똑같은 임플란트 재료인데 비보험용보다 보험용이 훨씬 더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는 겁니다.

치아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부터입니다.

한 사람당 두 개씩.

처음엔 75세 이상부터 적용됐고 작년 7월부터는 70세 이상, 올 7월부터는 65세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정부가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기준으로 삼은 가격, 즉 수가는 약 123만 원.

105만 원은 의사의 의료 행위비이고 평균 18만 원이 재료비입니다.

이 비용을 국가가 절반, 환자 본인이 절반씩 부담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플란트 재료는 '고정체'와 '지대주' 두 가지.

가장 핵심 부품인 나사 모양의 '고정체'는 잇몸 뼛속에 들어가 치아 뿌리 역할을 하고, '지대주'는 중간 기둥 역할을 합니다.

의사의 의료 행위비는 고정돼 있지만 재료비는 치과가 재료상에서 산 가격대로 청구하면 정부가 정한 상한가 내에서 지급합니다.

그런데 2580이 만난 치과 업계 관계자들은 뜻밖의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재료 회사들이 똑같은 임플란트 재료를 일반용과 보험용으로 가격을 다르게 매겨 유통시키고 있다고 것.

그것도 비보험용보다 보험용 재룟값이 더 비싸다는 겁니다.

[치과 재료회사 직원 A]
"임플란트 (재료) '보험 패키지'가 따로 나오는 거죠. 일반용 (재료)는 보면은(할증이) 200~300% 들어가고요. 그다음에 보험용으로 나오는 것은(보험) 수가 그대로 해 가지고 받는 거죠."

할증은 또 무슨 뜻이고, 보험 패키지는 또 무슨 얘기일까.

2580이 입수한 한 국내 치과 재료회사의 영업용 견적서입니다.

이 회사의 고 정체의 경우, 정가는 약 16만 원.

그런데 이걸 1천만 원어치 사면 약 2천만 원어치를 더 얹어줍니다.

결국, 3분의 1 이하 가격이 되는데, 이렇게 명목상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실제 구입하는 가격은 결과적으로 낮추는 것, 이런 걸 업계에선 '할증'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보험용 패키지라고 적혀있는 항목에는 이런 할증 혜택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정체 가격은 정가 수준인 16만 원대입니다.

즉, 노인 임플란트에 사용되는 재룟값이 비보험용보다 무려 3배 이상 더 비싼 겁니다.

왜 이렇게 보험용, 비보험용 구분을 둬서 가격을 다르게 매겼을까.

치과 재료들은 이같은 '할증'이라는 관행을 통해 이미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임플란트 재료비의 보험 상한가는 할증을 하기 전 가격에 비교적 가깝게 매겨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업체들 입장에선 기존 유통가보다 비싼 보험 상한가에 맞춰 팔아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전액 지급해주기 때문에 굳이 싸게 깎아 줄 필요가 없는 겁니다.

2580이 입수한 한 치과의 거래 명세서.

할증 혜택을 받아 임플란트 고정체를 1개에 3만 4천 원꼴로 샀는데, 이 제품의 보험 신고 상한가는 11만 7천 원입니다.

1만 2천 원에 산 지대주는 보험 상한가가 6만 9천 원, 5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2580이 확인한 국내 7개 치과 재료회사 견적서를 봐도 마찬가지.

한 곳도 빠짐없이 이런 '할증'을 통해 재료를 싼값에 팔고 있습니다.

할증률은 보통 150%에서 400%까지.

명목상의 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얘깁니다.

[치과 재료회사 직원 A]
"치과에서 정가를 주고 (재료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왜냐면 사던 가격이 워낙 할증을 많이 붙여주는 가격이다 보니까. 이제 그런 걸 노리고 이런 보험 패키지들이 나온 거예요."

그렇다면, 치과의사들은 왜 굳이 비싼 '보험 패키지'를 사는 걸까.

2580은 '보험 패키지'를 구입해 사용한다는 치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치과의사 A]
"비보험용으로 하는 것은 보통(고정체) 한 개에 한 4~5만 원 정도에 구입을 하고 보험용으로는 12만 원에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치과 의사는 비싼 '보험 패키지'를 써주는 대신 다른 치과 재료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실상 현물로 거래되는 리베이트인 셈입니다.

[치과의사 A]
"임플란트 회사가 사실은 4만 원에 납품하는 걸 12만 원에 받으면 8만 원을 더 가져가는데 그렇게 되면 치과의사는(남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다시(업체가) 뒷거래로 해서 치과에 갖다주는 거고요."

재료회사들은 비싸게 팔아 매출액을 늘릴 수 있어 좋고, 치과의사 입장에선 비싸게 사줘도 어차피 건강보험에서 다시 돌려받을 돈이라 손해 보는 것 없이 추가로 다른 물건을 받아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치과 재료회사 직원 A]
"어떻게 보면(재료비가) 그냥 신청하면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높게 신청해서 높게 받으면 서로 걸리지 않는 한에서는 서로 만족하는 분위기죠."

취재 결과, 최소 4곳의 국내 치과 재료 회사가 이른바 '보험 패키지'를 따로 판매하면서 의사들에게 그 대가로 다른 혜택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A사의 경우 병원에서 '보험 패키지' 가격으로 10개의 고정체를 구입하면 200만 원 상당의 수술 장비 세트를 10만 원대로 깎아줬고, B사의 경우 500만 원 어치 '보험 패키지'를 구입하면 고정체 30개를 추가로 줍니다.

다른 회사들도 다른 품목 제품들을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공급하거나 일반 상품과의 차액만큼 다른 장비를 제공합니다.

[치과 재료회사 직원 A]
"파는 사람 입장이랑 사는 사람 입장이랑 가격은 이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갑자기 보험 수가가 높게 책정이 돼서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그 차이를 메우려고 서로 업체들도 이런 방안을 생각해 낸 거고 치과 쪽도 그런 방안을 생각해 낸 거죠."

[치과의사 A]
"상한선이 12만 원이라고 하면 상한선에 맞춰서 청구해서 보험료 맞춰서 타지 그것보다 일부러 낮춰서 보험료를 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요? 역으로 생각하면 돈을 최대로 많이 타려고 노력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생겨난 걸로 보고요."

이에 대해 대한 치과협회는, 업계 전반이 아닌 일부 재료 업체와 치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영채 홍보이사/대한 치과협회]
"(보험용 재료 구입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계약을 하고 있는 점은 분명히 잘못된 점이므로 반드시 시정돼야 할 내용으로 생각합니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70세 이상 노인 환자 수는 약 18만여 명.

진료비 총액은 2천4백억 원에 달하고, 이중 재료비로 약 2백35억 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됐습니다.

업계 내부에선 이 가운데 실제 거래 가격보다 높게 청구돼 과다 지급된 보험 재정이 적어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당초 임플란트 재료비 산정은 업체가 제출한 원가 자료 등을 근거로 했었다며, 내년 말쯤 실거래가를 반영해 재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미영 재료실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플란트) 급여가 어느 정도 제도 안착이 되면 자료들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그렇게 시행을 해서 다시 한 번 (보험 수가를) 평가할 예정입니다."

임플란트 가격 거품은 재료비에만 형성돼 있는 것일까.

환자들은 치과마다 부르는 임플란트 비용이 너무나 천차만별이라며 현재의 시술 비용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치과.

국산 A사 부품을 써서 개당 89만 원인데, 당장 결정하면 가격을 더 깎아준다고 합니다.

[치과 상담사A]
"만약 오늘 결정하시게 되면 85만 원까지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병원.

같은 부품을 쓰는 조건인데 여기는 개당 200만 원입니다.

[치과 상담사B]
"OOO으로 하면 200만 원이고 다른 데서 하시는 것처럼 고생은 안 하시면서 하실 거예요."

같은 제품이 100만 원이지만 여러 개를 하면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치과 상담사C]
"개당 100만 원에 가능하시고요. 만약에 하실 게 4개다. 그러면 지금 OOO으로 하시면 하나는 무료로 해드려요."

2580이 서울 시내 5군데 치과에서 상담을 받아본 결과 같은 국내 회사 재료를 써도 가격이 85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유가 뭘까.

[치과 재료회사 직원B]
"누가 정해주지를 않으니까 자기 멋대로 정하는 거죠. 강남이나 이런 잘 사는 동네에서는(가격을) 비싸게 받아야(환자들이) 원장님이 잘하는 줄 안다고 싸게 받으면 안 된다. 이런 원장님들도 있습니다."

치과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현재 임플란트 시세는 개당 100만 원 이하로도 가능한 곳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약 120만 원이라는 지금의 임플란트 보험 수가도 낮아질 여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 치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나옵니다.

[치과 의사B]
"이미 한 100만 원 정도로 가격이 인하된 곳이 많이 있거든요. 근데 실제로 개원가에 형성된 임플란트 시술 가격보다 보험이 높게 책정된 면이 있어서 치과 의사야 좋겠지만 환자분들은 혜택이 좀 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죠."

치과 협회는 그러나 약 120만 원의 현 보험 수가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다만, 현재 50%로 책정돼 있는 본인 부담금을 낮춰 노인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영채 홍보이사/대한 치과협회]
"노년층 환자의 경우에는 재정 자립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고 따라서(본인 부담금) 60만 원에 대한 비용도 상당히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을 30%로 낮춰서 그분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올 7월부터 적용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 임플란트 건강보험 대상자 수는 현재 4백10만 명에서 2백만 명 이상 더 늘어납니다.

노인층에게 절실한 치아 건강에 복지 혜택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보험료가 새나가는 빈틈은 없는지, 필요 이상으로 사용되는 거품은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진단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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