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숙자에 음식 줬다'는 이유로 노인 체포

이수지 2014. 11.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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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로더데일=AP/뉴시스】이수지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州) 포트로더데일에서 노숙자에게 음식을 나눠 준 90세 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아널드 애보트(90) 할아버지와 목사 2명은 지난 주말 공립 공원에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다 공공장소에서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새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며 벌금 500달러와 최장 60일의 징역형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애보트 할아버지는 현지 TV 방송사 WPLG에 "경찰은 내가 무기를 소지한 것처럼 바로 식판을 내려놓으라고 내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포트로더데일 시의회는 최근 공공장소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급식할 경우 거주 지역에 노숙자가 몰리게 된다는 시민과 기업들의 우려에 따라 공공장소의 노숙자 무료 금식을 규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노숙자 지원 단체는 시정부가 노숙자 증가 억제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조례 통과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노숙자 문제 전문가 로버트 마부트는 "거리 무료 급식과 이에 대한 불법화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성직자를 체포해 봐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트로더데일에서 애보트 할아버지, 드웨인 블랙 목사, 마크 심즈 목사는 이번 체포에도 노숙자 급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목사들은 5일(현지시간) 풀려나 교회로 돌아와서 공원에서 나눠줄 음식을 준비했다.

잭 세일러 시장은 애보트 할아버지와 목사 2명은 자선을 위한 좋은 의도로 이 일을 했겠지만, 시정부는 법 집행에서 차별을 둘 수 없다며 공공장소는 모두가 이용하는 장소라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이 조례가 통과됐다고 밝혔다.지난 10월31일부터 발효한 이 조례는 지난 5월 시의회를 통과한 노숙자 관련 조례 5가지 중 하나로 다른 조치들은 노숙자들로 하여금 사람이 없는 지역에 자신의 물건을 두지 못하도록 하거나, 거리 한복판에서 구걸하는 것을 금지하고 노상 방뇨를 금지하는 등이라고 미 노숙자 지원 단체인 미 노숙자연합의 마이클 스투프스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블랙 목사는 노숙자 급식 금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벌어진 뒤 시의회가 많은 사람이 퇴근하고 자정이 지난 뒤 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일로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조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되기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체포됐던 애보트 할아버지와 목사 2명을 구속하지 않았으나 법정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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