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독일에서 지갑 도난 신고하려다 '난민 체험'

이수지 2016. 8. 9.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외르브케=AP/뉴시스】 독일 북부 외르브케에 마련된 난민 센터에서 12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진이 난민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2015.09.1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독일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중국관광객이 망명 신청 서류에 잘못 서명하는 바람에 난민생활을 했다고 DPA, 가디언 등 외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이라고만 밝혀진 31세 중국 관광객은 지난 7월초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슈투트가르트에서 지갑을 잃어 버렸다. 그는 분실물을 신고하려고 경찰서에 가려다 실수로 시청에 가서 망명신청서에 서명하게 됐고, 난민보호시설로 보내져 다른 난민과 함께 식사도 하고 돈도 받았다.

난민보호시설을 관리하는 독일 적십자사 직원 크리스토프 슐뤼터만이 이날 중국관광객의 사연에 대해 DPA에 “중국 관광객이 (난민 시설에서)빠져나오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관광객은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도르트문트로 보내졌다가 두엘멘에 있는 난민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됐다”며 “그는 정부관계자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중국관광객은 지문등록도 하고 신체검사도 받는 동안 행색이 나쁘지 않아 눈에 띄었지만, 적십자사 직원은 그가 다른 난민과 달리 유난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중국관광객은 다른 사람에게 열심히 자신의 처지를 알리려 했으나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당국이 압수한 자신의 여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었다.

중국관광객은 중국어 밖에 말하지 못해 적십자사 직원들은 번역 앱과 중국 식당에 있던 통역자의 도움으로, 그가 망명이 아닌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여행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슐뤼터만은 “마침내 중국 관광객은 12일간의 난민생활을 마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며 “그는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12일간 관료주의라는 밀림에서 길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독일은 안타깝게도 매우 관료적인 국가”라며 “특히 난민 문제를 겪으면서 불필요한 요식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중국관광객과 직원들 모두에게 특이한 경험”이라며 “중국관광객은 직원에게 ‘내가 기대했던 유럽은 아니었다. 난민시설을 떠나게 돼 기쁘지만, 화가 나지는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suejeeq@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