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네가 안전했으면 해"..미국 울린 한 백인 경찰

입력 2016. 10. 13. 09:56 수정 2016. 10.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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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CNN, 조지아주 백인 경관 팀 맥밀런 사연 전해
검문 중 흑인 소년이 두려움에 떨자
“그저 네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 달래

팀 맥밀런 경관이 모습. 페이스북

최근 잇따른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총격 사건으로 인종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한 경찰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시엔엔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조지아주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팀 맥밀런 경관이다. 맥밀런은 지난 1일 조지아주 가든시티 인근에서 순찰을 돌던 중 문자를 하면서 차를 몰고 있던 운전자를 발견했다. ‘문자를 하지 말고, 운전에 집중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차를 갓길에 세우고 차량으로 향한 맥밀런의 눈에 비친 건 운전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10대 흑인 소년이었다.

소년은 손을 위로 든 채 “경찰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 밖으로 나가야 하나요?”라고 말하며 맥밀런을 쳐다봤다. 혹시나 자신이 경찰의 총에 맞진 않을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맥밀런은 “그냥 네가 문자를 하면서 운전을 하지 않았으면 해”, “그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라는 말로 소년을 달랜 뒤 경찰차로 돌아왔다.

두려움에 떨던 소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던 맥밀런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연을 올렸다. 약 2주간 3천번 이상 공유된 맥밀런의 글에 누리꾼들은 “흑인 아들을 두고 있는 부모로서 눈물이 났다”, “당신의 경험을 알려주고, 어린 소년을 단순히 피부색이 아닌 그 이상으로 대해줘서 감사하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맥밀런은 자신의 사연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자 “단순한 이야기가 이렇게 넓게 퍼질 정도로 경찰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 개선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기관을 세우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한 맥밀런은 “경찰과 공동체가 이상적인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다음은 맥밀런 경관이 지난 1일 올린 전체 게시글 내용이다.

지난밤 문자를 하며 운전을 하고 있던 차량을 길가에 세웠습니다. 운전자와 얘기를 하기 위해 다가가니, 차에는 어린 흑인 소년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완전히 겁에 질린 채 손을 위로 올리고 절 바라봤습니다. 소년은 “경찰관님,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소년의 목소리는 떨렸고, 정말 두려워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슬퍼져서, 잠시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네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소년은 말했습니다. “차 밖으로 나가야 하나요?” 제가 답했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문자를 하면서 운전을 하지 않았으면 해. 네가 사고가 나지 않기를, 네 어머니가 아들인 너와 항상 함께 할 수 있기를, 네가 커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랬을 뿐. 교통 딱지를 끊지도 않을거야. 그냥 휴대폰은 내려놓고 운전에 집중하렴. 그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

저는 어린 소년이 창 밖에 있는 경찰을 보고 두려움에 떠는 것이 누구의 잘못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탓하거나, 나쁜 경찰, 시위대, 콜린 캐퍼닉(미국 프로 풋볼 선수)를 탓할 수도 있겠죠.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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