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인의 향기> 촬영장에서 만난 김선아·이동욱 릴레이 인터뷰

입력 2011. 9. 8. 09:14 수정 2011. 9. 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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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여인의 향기 > 가 연일 화제다. 재벌 2세와 노처녀, 시한부….

얼핏 보면 온갖 식상한 드라마 클리셰들의 집합소 같은데 이상하게 신선한 느낌이고, 신기하게도 자꾸 시선이 간다. 아련한 여인이 되어 돌아온 김선아와 '꿀복근'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는 이동욱을 만나기 위해 촬영장을 찾았다.

김선아와 이동욱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 여인의 향기 > 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연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평범한 30대 중반 노처녀와 대기업 그룹 오너의 외아들인 '본부장'의 러브 모드는 조금은 식상하지만 영원히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스토리임을 증명했고, 여기에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의 진솔한 이야기로 신선함을 더했다.

< 여인의 향기 > 를 통해 '로맨틱 드라마'의 제왕으로 다시 한 번 등극한 김선아와 여자들의 로망, '동욱앓이'의 주인공 이동욱을 드라마 촬영장에서 직접 만났다.

김선아 "이젠 죽도록 사랑하고 싶어요"

김선아가 '30대 중반의 평범한 노처녀'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아마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또?'였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 여인의 향기 > 에서는 털털함 보다는 성숙한 여인의 느낌으로 전혀 새로운 김선아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또 눈에 띄게 날씬해진 몸도 큰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것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인의 삶을 매회 실감나게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다. 아직까지는 사랑스러운 '연재'의 모습을 발산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생의 끝을 향해 가는 한 여자의 절절함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동욱과 함께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선아를 만났다. 그녀는 4일 동안 연이은 밤샘 촬영 때문에 한눈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촬영은 극중 연재와 지욱이 탱고를 추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신이었다. 덕분에 두 주인공 모두 평소보다 더 긴장해 있었다.

"탱고는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춤이잖아요. 특히 지욱이 연재를 확 잡아끄는 장면이기 때문에 여성 시청자들이 TV를 보시면서 꺅~ 소리를 지를 것으로 예상합니다.(웃음) 이 장면은 왠지 드라마 속 연재와 지욱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가슴이 너무 아려요. 줄거리 자체가, 두 사람이 행복해질수록 슬픔도 커지는 거잖아요."

그녀는 요즘 '연재'에게 푹 빠져 지낸다. 연기자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드라마는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다.

"30대 노처녀라는 것도 비슷하지만,(웃음) 특히 연재한테 공감하는 것은 돌이켜보니까 연재처럼 아끼고 참다가 하고 싶은 걸 못 해본 것이 참 많아요. 정말 공감을 많이 했어요. 많은 분들이 연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하시는데, 저 역시 그런 것 같아요. 상사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 던지고 멋진 남자와 사랑을 해보는 등 정말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일들을 실천하니까요. 그리고 배워요. 지금 해야 하는 것들을 미루면 안 되겠다고요."

실제로 극중에서 연재가 작성한 '버킷리스트'는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일 하루 한 번씩 엄마 웃게 하기' '내게 상처 준 사람에게 꼭 복수하기' 등 거창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가슴속에 품던 크고 작은 바람을 그대로 표현한 연재의 버킷리스트는 그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대본을 본 뒤 저도 김선아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 리스트는 '죽도록 사랑하자'는 거예요. 제가 만약 시한부 인생이라면 미친 사랑을 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가족을 포함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죽도록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결국 나중에는 나를 추억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미안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더 많이 표현하고, 살 부대끼면서 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자꾸 울컥하고 슬퍼져요."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연재' 역할을 위해 무려 15㎏을 감량한 그녀의 다이어트 비법에도 관심이 쏠렸다.

"다이어트에 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에…. 하루 한 끼만 먹고 하루 2시간만 자는 생활을 거의 4개월 동안 했어요. 드라마 촬영 일정도 맞물려 있었지만,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이 더 심해졌죠.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다행인 것은 요즘은 드라마 때문에 탱고를 추면서 저절로 몸매 관리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이어트의 스트레스를 잊을 정도로 촬영 현장은 늘 활기차다. 누구와도 편하게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녀의 성품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역인 이동욱과도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제가 인복이 많은가 봐요.(웃음) 사실 드라마를 찍다 보면 결과도 중요하지만, 만들어가는 과정과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큰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동욱씨는 굉장히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배우예요. 솔직하고, 개구쟁이 같다가도 또 어떤 때는 오빠처럼 챙겨줘요. 기본적으로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배우라 호흡을 맞출 때 굉장히 편안해요. 요즘 동욱씨한테 빠진 여성분들이 많아서 주변에서 동욱씨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남자야! 건드리지 마!' 하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웃음)"

무엇보다 요즘 그녀는 자신이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단다. < 여인의 향기 > 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삶의 희망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그녀. 앞으로 남은 가슴 뭉클한 연재의 버킷리스트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동욱 "군대 갔다 와서 사람됐어요"

이동욱에게 < 여인의 향기 > 는 제대 후 2년 만의 첫 복귀작이다. 기대와 설렘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어색함이 더 컸다. 그에게 늘 용기를 북돋아주는 스태프와 상대 연기자 김선아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감독님이 모니터할 때마다 '잘생겼다' '갈수록 잘생겨진다'고 말씀해주세요.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용기가 나요. 김선아씨와도 호흡이 좋아요.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데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에요. 외국어나 악기 다루는 것, 춤 등 의외로 숨은 재주가 많으셔서 놀랐어요. 연재만큼이나 실제로도 매력이 넘치는 분이죠. 여러모로 제가 배울 점이 많은 배우예요. 가끔 제가 짓궂게 장난을 걸기도 하는데, 반응이 재미있어서 자꾸 더 하고 싶어져요.(웃음)"

그는 제대 당일인 6월 20일 오전 8시 30분에 전역해서 바로 미용실로 직행, 드라마 포스터를 촬영했다. " < 여인의 향기 > 촬영장에서 다시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실제로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15㎏ 가까이 체중이 불었는데, 드라마 촬영하면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고. 게다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꿀복근'을 자랑하며 여심을 흔들기도 했다.

"남들은 군대 가면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오히려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저는 진짜 살이 많이 쪘어요. 군에서 같이 생활하던 분들이 다 연예인이라 팬들이 간식거리를 굉장히 많이 보내주셨거든요. 과자가 쌓여 있어서 버릇처럼 먹었더니 16kg이나 쪘어요. 첫 방송 나가고 이준기씨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부러워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부러워하지 마, 다 금방이야.' 하하."

그는 제대 직후부터 하루 10㎞씩 달리고,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결과 지금의 몸매를 얻었다. 짧은 시간에 다이어트를 하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3~4일씩 밤을 새고 쪽잠을 자도 촬영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다른 배우들이 식사 시간을 이용해 차 안에서 잠깐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그는 피곤하더라도 스태프와 함께 밥을 먹고 어울리는 편이다. 촬영장에서 그를 만난 날도, 현장 스태프들 틈바구니에서 스스럼없이 국밥을 먹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웬만하면 식사는 함께 하려고 해요. 뭐, 거의 대부분이 피곤에 절어서 말은 몇 마디 하지 않고 밥만 우걱우걱 먹는 경우도 있지만,(웃음) 그냥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큰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같아요. 사실 예전만큼 잘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카메라 위치 파악은 잘 하고 있어요."

배우와 스태프뿐 아니라, 그를 반겨준 팬들 덕분에 그는 더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촬영할 당시에는 도쿄의 팬들이 직접 촬영장을 찾아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의 인기 덕에, 스태프들은 수시로 팬들에게서 음료수, 연고 등 필요한 물품을 '보급' 받고 있다고.

그는 조인성과 함께 당시 스타 배출의 산실이던 KBS2 청소년 드라마 < 학교3 > 으로 데뷔해, SBS 드라마 < 마이걸 > 로 한류스타 대열에 들어섰다.

"서울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것보다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것이 더 멀다고 들었어요. 스케줄이 빡빡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연일 지쳐 있었는데, 팬들이 직접 오셨다는 얘기에 정말 힘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세심하게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감정 표현에도 굉장히 솔직한 편이다. 조용히 있다가도 엉뚱한 장난을 친다거나, 가끔 중요한 감정 신을 촬영할 때는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 예민한 감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원래 성격이 표정을 숨기거나,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좀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상형도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여성이 좋았는데, 지금은 때로는 친구가 돼줄 수 있는 편안한 분이 좋아요. 센스 있는 여성이면 더 좋겠어요. 아직 사회에 적응 중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마음이 많이 오픈돼 있습니다.(웃음)"

그는 '군대가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의 모든 것에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예전 같으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불만을 표시하고, '언제 끝나나' 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바랐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군대에서 TV에 나온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다시 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내가 그동안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제대 하자마자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그게 또 < 여인의 향기 > 처럼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사실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한동안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30대에 접어든데다, 전보다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혹 자신이 작품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숫자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입대 전에 한 작품들이 작품성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크게 받은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솔직히 욕심나요.(웃음) 대본도 좋고, 스태프들의 팀워크도 최고고, 배우들도 다 훌륭하셔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드라마 반응도 심상치 않은데다 그중 대부분은 이미 '동욱앓이'에 흠뻑 빠진 듯 보이니 말이다. 이제 그도 드라마 속 지욱처럼 가슴 찌릿찌릿한 사랑만 하면 될 것 같다

취재: 김은향 기자 | 사진: 김세명, 에이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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