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망내통화 공짜''파격마케팅' 속내는

2013. 3. 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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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화·문자 수익 점점 줄자

데이터 중심 요금 첫 시도

공짜 통화 대신 데이터 줄여

해지율 낮춰 보조금 절감…수익 개선

연인·가족은 혜택 볼 듯

"이제 커플요금제 따윈 필요없어진 건가요?" "뭔가 있을 거 같은데…저렇게 그냥 서비스할 통신사가 아닌데…." 지난 21일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망내 무료통화와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내건 '티(T)끼리 요금제'를 발표하자 쏟아진 반응이다. 이용자들은 긴가민가하면서 반겼고 경쟁 사업자들은 당혹해했다. 수비수가 공격수로 돌변한 데 대해 "배경이 뭘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 왜 갑자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은 제한적이고 차별성이 적다. 아이폰 도입과 데이터요금 인하, 데이터 확대 등의 마케팅도 2·3위 사업자가 주도했고, 에스케이텔레콤은 공세적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다. 가입자 점유율 50%의 1위는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시장 구도가 흔들리는 걸 원치 않았다.

에스케이텔레콤이 2010년 초당 과금제, 2011년 기본료 1000원 인하 등을 앞서 도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금인가를 받아야 하는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요금인하 여론이 빗발쳐 결국 방통위가 인가권을 내세워 요구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해왔다.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요금제도 케이티(KT)의 아이폰 돌풍에 대응하는 맞불 차원이었다.

케이티가 월 11만원짜리 엘티이(LTE) 요금제에도 망내 무료통화 한도를 적용하고, 커플간 무료통화는 월 1만1000원 부가서비스로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면,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번 요금제는 파격적이다. 에스케이텔레콤도 그동안 월 2500원을 더 내면 커플간 망내통화료를 50% 할인해주는 부가서비스를 팔아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999년 개인휴대통신(PCS)이 젊은층에 인기를 끌자 에스케이텔레콤이 요금제-멤버십-단말기를 묶은 티티엘(TTL)을 내놓아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사실상 14년 만에 내놓은 파격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망내 무료통화를 자사망을 쓰는 알뜰폰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 배경

양맹석 에스케이텔레콤 요금전략팀장은 25일 "엘티이 이후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유통만 살찌우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익성 고민도 깔려 있다. 양 팀장은 "음성통화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가입자가 데이터 위주로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옮겨가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스마트폰과 엘티이로 재편된 통신시장에서 선두업체마저 파격 마케팅을 강요받았다고 본다. 보조금 경쟁 속에서 음성통화량은 계속 줄고 있고,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 매출도 사라지고 있다.

엘지유플러스(LGU+) 관계자는 "엘지가 엘티이 시장에서 27% 수준으로 선전하는 등 에스케이텔레콤이 점유율 50%를 위협받자 파격 마케팅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경쟁이 너무 뜨거워 식혀야 하는데 보조금 말고 다른 유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재무적으로도 지금 같은 보조금을 지속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을 쓰게끔 시장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 요금제로 현재 2%대의 해지율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간 4조원의 보조금을 2조원대로 절감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고 전망했다.

통화가 줄고 데이터 이용이 늘고 있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새 요금제에서 망내 무료통화로 음성통화를 더 주고 데이터 제공량을 축소한 게 주목된다. 월 7만5000원 이상 요금제로 제공하는 데이터양을 기존보다 1~2GB 줄였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요금제 선택 기준은 더이상 통화 아닌 데이터양이다. 통신사로선 얻는 게 많은 요금제"라고 분석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보편적 망내 할인이 아니라 3000원가량 더 내는 특정 상품에만 망내 무료화가 적용되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생기는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 전망

망내 통화 무료요금제는 파장을 예고한다. 가족이나 연인 등 통화량이 많은 이들은 당장 요금인하를 누리게 되는 만큼, 경쟁사가 대응하지 않으면 가입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2·3위 업체는 따라하기도 곤혹스럽다. 유사한 망내 무료화를 도입하면 점유율 50% 업체의 장점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결국 경쟁 사업자들이 고유의 장점을 내세운 별도의 파격 마케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가 차별적 서비스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쏠림 현상이 클 경우 공정경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방통위도 요금 인가 과정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응휘 이사는 "자사망을 쓸 확률이 1, 2, 3위 사업자별로 5:3:2이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겐 공정경쟁 차원에서 망내 할인율을 적절히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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