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이 ×××야' 글 썼다고 '협박죄'라니

2012. 5. 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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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웹진 운영자 불구속기소

공개 비방글에 처벌 무리 지적

당사자 의사없는 법적용도 문제

'대통령에 대한 모욕' 가깝지만

직접 고소 필요없는 죄목 적용

검찰이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고 비방하는 글을 쓴 사람을 '협박죄'로 기소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데도, 검찰은 이 대통령에게 처벌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완규)는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 운영자인 신아무개(54)씨를 지난달 20일 불구속 기소했다. 신씨는 지난 2월2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자, 게시판에 '독고탁'이라는 필명으로 '이명박 야 이 ○○○야'라는 제목과 함께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신씨의 글에는 "네×과 네×의 개인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가족에게 칼을 내미는 순간, 네×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네×에게 던지는 조언이 네×과 네×의 가족 그리고 네×의 수하들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따위의 내용이 포함됐다.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다음날 신씨를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약 두달 뒤 검찰은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에 대한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내용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를 협박했다"며 신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방한 것을 협박죄로 처벌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협박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이 사건은 어린아이가 어른한테 '당신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며 "협박죄가 '해악을 주겠다는 통고'만으로 성립되긴 하지만, 피해자가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을 때는 협박미수가 되고 그러면 보통 처벌하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노무현 대통령 때는 협박죄로 1만명 정도가 기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공포감을 느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이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반의사불벌죄인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도 논란거리다. 서울남부지검 신유철 차장검사는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가 있을 때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데, 그런 의사표시가 없다면 기소가 가능하다. 그런 이유에서 이 대통령에게 처벌 의사를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이나 협박 혐의로 누군가를 고발하면,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사건 내용을 알려야 한다. 앞서 '쥐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김종익씨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받고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건에서도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김씨를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이 협박죄로 기소하면서 처벌 의사를 묻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셈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살해하겠다는 편지를 쓰거나 총을 보내는 식으로 협박이 명백한 경우라면 처벌 의사를 묻지 않아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연히 처벌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정치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을 가지고 협박죄로 처벌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신씨의 글이 이 대통령에 대한 모욕에 가깝지만 모욕죄는 이 대통령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여서, 검찰이 대신 협박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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