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경찰 윗선서 축소·은폐"

송은미기자 2013. 4. 2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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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당시 수사과장 "분석대상 키워드 개수 줄여라 지시" 폭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간부가 "경찰 윗선이 수사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경찰 수뇌부가 수사를 축소ㆍ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 등 3명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조사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M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부실수사, 눈치보기 수사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댓글 사건 등 국정원 및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 규명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경찰 수뇌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권은희(39ㆍ사진)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국정원 여직원 등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고발장을 제출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초까지 경찰 상부가 지속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다"며 "윗선의 흔들기 때문에 실무진은 수사에만 집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4개월 동안 계속된 경찰의 이 사건 수사에서 초기 2개월 간 수사를 이끌었다.

권 과장에 따르면 수서경찰서는 고발장 접수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 김씨로부터 노트북ㆍPC 컴퓨터 2대를 제출받아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권 과장은 "서울청에 김씨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키워드 78개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으나, 서울청이 시급한 사안이라며 수를 줄여달라고 해 4개 키워드를 추려서 다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4개의 키워드만을 가지고 3일 만에 분석을 끝낸 뒤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밤 "댓글 흔적은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경찰은 갑작스런 수사결과 발표로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 과장은 "서울청이 김씨 혐의 입증의 핵심 증거인 디스크 분석 결과 나온 키워드 개수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은 수사에 개입하려 한 방증"이라며 "당시 항의의 표시로 서울청에 파견 보냈던 실무팀을 전원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또 "윗선으로부터 배포용 자료에 있는 내용 외에는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암시를 수 차례 받았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권 과장은 사법고시 43회에 합격해 지난 2005년 여성 최초로 경찰에 경정으로 특채됐으며, 국정원 사건 수사 도중 지난 2월 경찰 인사에서 송파경찰서로 전보됐다. 권 과장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건을 맡아 수사하면서 여러가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들을 겪고, 수사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수사기록과 김씨 혐의에 대한 의견 등을 담은 50페이지 분량의 중간지휘서를 경찰전산망에 공식문서로 올렸다"며 "김씨에게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여러 경로로 밝혔지만 18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이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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