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전통 동네빵집 줄서서 먹는 빵맛의 비결

2013. 3. 12. 14: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 전주]

"주말에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때도 많아요. 지난주에는 관광객 200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1인당 4개씩 구매 제한을 두기도 했지요. 멀리서 오셨는데 풍성하게 들려보내지 못할 땐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토요일인 9일 오후 3시, 전북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PNB 전주풍년제과'의 강현희(66) 대표가 분주하게 초코파이를 만들며 이 같이 말했다. 오전 시간에 이미 100여 명의 손님을 한 차례 받고난 뒤였지만 빵은 여전히 만들기가 바쁘게 팔려나갔다. 심지어 빵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바깥 대기 선에서 길게 줄지어 서있기도 했다.

한번 들어가면 두 박스씩 들고 나오는 손님들 덕분에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은 행여나 빵이 없을까봐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평일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전주한옥마을과 인접한 까닭에 주변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빵집이 10여개나 된다. 그런데 특이한 건 150㎡도 채 되지 않는 풍년제과에만 유독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그 비결이 궁금해 찾아갔다.

지난 3월 9일, 토요일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PNB 전주풍년제과'를 찾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빵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전주한옥마을과 인접한 까닭에 주변에 대기업 빵집이 10여 개나 되지만 유독 150㎡도 채 되지 않는 이곳만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전주한옥마을 입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PNB 풍년제과는 1951년 문을 열었다. 올해로 62년째 동네를 주름잡는 이 제과점은 3대에 걸쳐 전병과 수제 초코파이 등 100~150여 개가 넘는 빵을 팔고 있다. 지금은 구도심이 돼버렸지만 상권의 중심이었던 터라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그러다가 2000년이 지나면서 위기가 닥쳤다. 대기업 빵집들이 도심가를 잠식하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동네 빵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10~20% 내외의 할인율과 유명 연예인의 광고를 당해내지 못하고 직영점 4곳도 모두 문을 닫았다.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게 되자 직원도 42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소규모 동네 빵집들은 거이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대기업 빵집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맘때쯤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기술 투자였다. 주인장 강 씨는 "일본은 지금도 지역마다 유명 전통제과점들이 곳곳에 있는데, 모두가 대대손손 내려오는 곳들이 많다."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본 유명제과점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를 매주 초청해 기술을 연마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경원동에 위치한 'PNB 풍년제과'는 1951년 문을 열었다. 올해로 62년 째 동네를 주름잡는 이 제과점은 3대에 걸쳐 전병과 수제 초코파이 등 100~150여 가지가 넘는 빵을 팔고 있다.

비행기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 제빵사를 매주 초청했다. 유명 제빵사를 설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그는 "저 또한 아버지의 가업을 대대손손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전통제과점들이 갖고 있는 영업 마인드와 장점을 배우고자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그 때 강 씨가 깨달은 것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점이었다. 그는 "빵을 만드는 시간을 단축하려 빵을 기계로 만들어봤는데, 일본 제빵사가 그걸 보더니 '공정을 최소화하려고 꾀를 부리는 순간 빵 맛이 달라진다. 뭐든지 기본에 충실해라.'며 따끔하게 질책하더라."는 것.

그렇게 2년동안 열심히 준비했건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날도 허다했다. 빵을 사려는 손님이 없으니 생산량도 대폭 줄었다. 근 10년간 적자가 계속됐다. 당시를 회고하던 강 씨는 "속상한 날들이 많았지만 한 개를 사더라도 꾸준히 와주시는 단골고객들을 볼 때마다 힘을 얻곤 했다."며 "시민들의 격려 덕분에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빵집에 밀려 10여 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주인장 강현희 씨는 최근 대기업 빵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로 '정성'을 꼽았다. 하루 평균 5천 개 이상 판매되는 수제 초코파이를 선보이는 주인장 강 씨의 모습.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단골고객이 꾸준히 늘기 시작하더리 3년 전부터는 빵집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못생긴 수제 초코파이가 대박을 친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에 여행온 한 관광객이 맛을 본 뒤 블로그에 평가를 올린 것이 단초가 돼 관광객들 사이에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입소문을 났다.

특히, 수제 초코파이는 하루 평균 5,000개가 넘게 판매될 정도로 효자상품이 됐다. 한번 맛보고 간 관광객들은 전화로 택배주문을 하게 됐고, 전국 빵집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지난해에는 전주한옥마을이 500만 관광시대를 열면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빠졌다. 주인장 강 씨는 수많은 대기업 빵집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비결로 '정성'을 꼽았다.

새벽 4시 30분이면 빵을 굽기 시작한다는 그는 "수제 초코파이와 함께 인기가 많은 전병은 6시간을 구워야 제대로된 맛을 볼 수 있다."며 "일정한 온도, 굽는 시간 등 옛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많이 팔기보다는 하나라도 정성을 들여 판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풍년제과를 찾은 관광객들이 정성이 가득 담긴 빵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무엇을 사야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블로그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된 뒤 수제 초코파이 마니아가 됐다는 김미선(32·부산) 씨는 "올 때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한번 맛보면 빠져들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은 감수할 만하다."며 "호두와 마시멜로우, 딸기잼이 묘하게 어우러지는데 달지 않아 자꾸 먹게 된다. 기계로 만든 일반 초코파이와는 확실히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이곳을 추억의 빵집이라고 소개한 최소희(45) 씨는 서울에서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일부러 찾았다. 최 씨는 "예나 지금이나 땅콩전병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맛을 낸다."며 "30년 전 배고픈 학창시절, 빵 하나를 사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나눠 먹고 있으면 그 모습이 보기 좋다며 주인아주머니가 물도 주고 커피도 끊여주셨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추억이 깃든 장소다."라고 말했다.

오늘만 두 번째 이곳을 찾는다는 박연하(21·대전) 씨는 "오전에 맛 집이라고 해서 기념으로 먹어보기 위해 두 개만 사서 먹어봤는데, 오후가 되니 자꾸 생각이 나서 차 탈 시간도 미룬 채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혼자만 알기에는 그 맛이 아까워 가족·친지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수제 초코파이 30개와 전병 3개도 더 샀다."고 말했다.

많이 팔기보다는 하나라도 정성을 다해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전통방식만을 고집한다는 주인장 강현희 씨는 "맛이 변하면 손님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빵 하나를 사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볼 때면 기쁨과 함께 책임감도 더 막중해진다."며 "장사는 10년을 손해 보다가도 1년 만에 그동안 벌지 못하던 것을 한꺼번에 벌기도 한다. 준비된 자에게 그런 기회가 오다는 말처럼 소규모 동네 빵집 사장님들도 용기를 잃지 말고 정직한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대대손손 가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자녀들에게 자신의 경영 철학과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강 씨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가업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지지해주신 시민들이 있어 가능했다."며 "맛이 변하면 손님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이도 전국에 이름난 빵집으로 소문난 'PNB 전주풍년제과'. 전통방식만을 고수하는 주인장 강현희 씨의 끈질긴 고집과 빵에 녹아있는 정성이 대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이 집 빵맛의 비결이 아닐까.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