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백수 400만명' 실업통계 왜 차이 날까?

2010. 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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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경제부 윤석제 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주]

정부는 매달 한 차례씩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이 '고용동향'을 작성해 발표하면 기획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고용동향 분석자료를 내놓는다.

여기에는 바로 전달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 실업자 수와 실업률 증감 등이 집게돼 있어 고용시장의 추이를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09년 연간 고용동향'를 보면 지난해 전체 실업자 수는 88만 9천명이다.

실업자수가 1년 전인 2008년 보다 11만 9천명 증가했지만, 지난해 초 96만명까지 치솟으며 '실업자 100만명 시대 돌파' 우려를 낳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는 선방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공식적인 실업자 집계와는 별도로 요즘 '사실상 실업자 또는 백수'가 400만명에 이른다는 비공식 집계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실업자의 무려 4배가 넘을 뿐 아니라 국민 10명당 한명은 백수 신세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런 비공식 집계와 주장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발끈하는 등 심기가 몹시 불편한 모습이다.

올해 들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일자리 창출'을 최대의 국정과제로 강조하고 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고용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로 볼 때 정부가 발표한 실업자 89만명보다는 백수 400만명이 훨씬 피부에 와 닿는 '진실'된 주장으로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실업자 통계를 둘러싼 이런 괴리감이 나타나는 것일까? ▶ 백수 400만명의 근거는 뭔가?

= 사실상 백수 400만명 시대라는 비공식 통계에서 '백수'의 범주에는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자를 비롯해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었음 인구,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공식실업자는 88만 9천명, 구직단념자는 16만 2천명, 취업준비자 59만 1천명, 쉬었음 147만 5천명, 그리고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는 96만 3천명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게되면 '사실상 백수'는 408만명에 달한다.

공식실업자는 정부가 인정하는 그야말로 실업자다.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들로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한다. 또, 취업준비자 역시 취업의사를 선제조건으로 일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실업자 범주에 넣어도 큰 무리는 없다.

지난해의 경우 이렇게 공식실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를 합해보면 164만 2천명으로 정부의 공식실업자 수의 2배 정도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쉬었음과 주당 18시간미만 취업자다.

▶ 정부의 "백수 400만명은 과장"의 근거는 있나?

= 백수 400만명 시대라는 주장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사실상 백수 400만명'은 과장된 것이라는 것이다.

먼저 지난해 147만 5천명에 이르는 '쉬었음' 인구의 경우 은퇴.건강 등 개인적 사유로 취업의사나 능력이 없어 쉬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업자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96만 3천명의 '18시간 미만 취업자'도 육아.가사.통학 등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18시간 미만 근무하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이를 백수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자 통계는 국제기준(ILO)에 따라 국제비교가 가능토록 작성된 것으로,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 고용통계 즉, '사실상 백수' 집계는 고용여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해 이것 저것 다 합해 단순 계산한 것에 불과한 만큼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논리다.

▶ 통계수치와 체감수치는 왜 괴리가 생길까?

= '자발적'으로 쉬거나 '자발적'으로 일을 적게 하는 사람까지 실업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을 들어보면 '억울해 하는 정부'의 입장에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억울함에 대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공식실업자 통계는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별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고용시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일자리 찾기 어려움에 대한 체감수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정부는 쉬었거나, 18시간미만 취업자의 대다수가 자발적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고용의 유연성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직장이 갖는 의미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미국 등 고용의 유연성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게 비일비재한 반면에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기회도 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실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물론 사회적인 안전망도 우리와 다르다.

그런만큼 실업자에 대한 통계는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다.반면에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직장에 재취업하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려워 까딱 잘못하면 '노숙자' 신세로까지 전락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일자리가 갖는 의미는 미국 등과는 사뭇 다르다.

잠시 쉬다가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적기 때문에 쉬거나 일을 적게 하는 게 결코 은퇴나 건강.육아.가사 등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는데 있어 자발성의 판단 여부 등 모호함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임무다.

정부가 아무리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지 않았다고 매달 열심히 통계를 작성해 발표해도, 국민이 받아들이는 체감 지수와 큰 차이를 보인다면 국민의 신뢰도는 백수 400만명 시대라는 주장으로 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yoonthomas@cbs.co.kr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 4조원 돌파, 사상 최대 '청년실신' · '도시락족'…우울한 취업시장 신조어 국민 10명 중 1명 "사실상 백수"…408만명 그냥 쉰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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